미국 국방부를 비롯한 정부 당국자들이 미국 항만에서 사용되는 중국제 타워크레인이 ‘스파이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찰풍선’ 사건 이후 중국에 대한 미국의 의구심이 한층 커진 가운데 중국은 “피해망상적 사고”라고 반발하고 있다.
5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안보 라인 관료들이 미군도 많이 이용하는 항구에 배치된 중국 상하이전화중공업(ZPMC)의 항만 크레인을 ‘트로이의 목마’에 비유하며 정찰용으로 쓰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중국교통건설(CCCC)의 자회사인 ZPMC의 STS 크레인(안벽 크레인)들이 화물의 출처와 목적지를 등록하고 추적할 수 있는 첨단 센서를 갖추고 있어 미군 작전을 위해 실리는 물품의 정보를 중국에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 크레인은 원격으로도 접근 가능해 미국 물류망 교란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고위 방첩 관료 출신인 빌 에버니나는 “비밀 정보 수집을 감출 수 있는 합법적인 사업”이라고 표현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의회를 통과한 8500억 달러 규모의 국방정책법안에 따르면 교통부 해양행정관은 국방부 장관 등과 협의해 올해 말까지 외국산 크레인이 안보에 위협이 되는지에 대한 비공개 연구 결과를 제출하게 돼 있다. 이미 몇몇 항구는 크레인의 운영 소프트웨어나 크레인 자체를 유럽산으로 바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국 의회에서는 중국 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을 비롯한 외국 정보기술(IT) 제품을 아예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이번 주 발의될 예정이다. 마크 워너 상원 정보위원장은 “(틱톡이) 선전 도구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확실히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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