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본 갭투자로 31억 원 상당의 전세보증금을 가로채면서 이른바 '화곡동 빌라왕'으로 불렸던 사기꾼 일당이 첫 공판에서 모두 혐의를 부인했다.
7일 법원에 따르면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 모(55) 씨와 공범인 공인중개사 A(53) 씨, 공인중개 보조원 B(46) 씨는 서울남부지법 형사11단독 정유미 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공소 사실을 부인한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강 씨는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화곡동 빌라 283채를 사들이면서 피해자 16명으로부터 임차보증금 명목으로 모두 28억 6400만 원을 받아챙긴 혐의를 받는다.
그는 임대차계약 만료 시점에 피해자들에게 보증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실제 매매가보다 임대차 보증금을 높게 받은 뒤 이를 매수 대금으로 지급하는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신축 빌라를 매매한 뒤에는 건축주에게 1채당 평균 500만~1000만 원을 돌려받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A, B 씨는 부동산 중개업자로 일하면서 강 씨에게 “자본금이 없어도 부동산을 소유할 수 있다”며 무자본 갭투자를 제안하고, 피해자를 알선한 혐의를 받는다. 두 사람은 강 씨에게 나눠주고 남은 리베이트 금액을 5대5 비율로 나눠갖기로 공모한 정황도 있다.
이들은 일부 피해자들에게 매매가가 임대차보증금을 초과하는 것처럼 속이거나, 계약 당시 강 씨가 임차인들에게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아 진행 중이던 대위변제 절차를 숨긴 혐의도 받는다.
이에 대해 강 씨 측은 “과실로 발생한 일이므로 민사적 책임은 인정하지만, 형사적 책임은 인정할 수 없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A씨와 B씨 측도 “강 씨가 임대차 보증금 반환 의사와 능력이 없다는 사실 자체를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화곡동 일대 빌라 전세 사기 피해자 대부분은 20~30대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로 알려졌다.
이들의 다음 공판 기일은 내달 7일 오전 11시에 열릴 예정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