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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번영과 풍요는 ‘자유의 확대’라더니





“인류 역사를 돌이켜보면 자유로운 정치적 권리, 자유로운 시장이 숨 쉬고 있던 곳은 언제나 번영과 풍요가 꽃피었습니다. 경제적 성장은 바로 자유의 확대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사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35번이나 쓰며 자유로운 시장을 강조했다. ‘자유’는 1일 3·1절 기념사에도 8번, 지난해 8월 광복절 기념사에도 33번 등장했다. 이 정도면 윤석열 정부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라 할 만하다.

그런 윤석열 정부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27일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와 은행권을 현장 조사했다는 소식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금융·통신 분야에서 실질적인 경쟁 시스템 강화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라”고 주문한 지 2주 만이었다.



공정위는 신고 사건을 접수한 뒤에도 현장 조사에 착수하기까지 통상 수개월이 걸린다. 최소한의 혐의점을 확보해주는 신고도 없이 이례적으로 단시간 내 현장 조사에 들어간 이번 사건에서 담합 등의 증거를 발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과거 공정위는 국내 시중은행 6곳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사건을 4년이나 조사하고도 무혐의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지난 5년간 통신 3사도 수차례 조사했지만 요금 담합 관련 혐의는 한 번도 포착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무혐의가 나오더라도 기업은 무심코 던진 돌에 멍든다. 억지스러운 혐의를 끌어내 기업을 제재한다면 더 큰 문제다. 김동수 위원장 시절 ‘물가 관리 기관’을 자처했던 공정위는 무리하게 담합을 제재했다가 줄패소를 당해야 했다. 이에 공정위의 행정소송 승소율은 2014년 80.3%에서 2018년 72.0%까지 감소했다.

공정한 경쟁 체제를 만드는 것과 구체적인 불공정행위를 적발하기 위한 조사는 다른 문제다. 시장에서 반칙 행위가 발견된다면 바로잡아야겠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금융위원회의 관리·감독을 받는 통신 3사와 은행들이 그렇게 용감하게 담합을 모의했을까 싶다. 업계에서는 “통신요금이나 금리를 담합했다면 소관 부처부터 감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보장한다던 윤석열 정부가 고물가로 악화한 여론에 보여주기 식으로 기업을 때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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