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골퍼는 ‘드라이버만 잘 맞아도 기분 좋은 라운드’라지만 프로 투어 선수들의 만족감이 갈리는 곳은 그린이다. 다른 건 좀 안 돼도 퍼트가 잘되면 그날 라운드는 잘된 라운드다.
세계 랭킹 225위의 신예 채드 레이미(미국)는 10일(한국 시간) 잊을 수 없는 하루를 보냈다. ‘제5의 메이저’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 출전한 것만으로도 행복한데 특히 그린에서 톱 랭커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8언더파 64타로 깜짝 선두에 나선 것도 ‘요술 퍼트’ 덕분이었다.
레이미는 미국 플로리다주 TPC소그래스의 스타디움 코스(파72)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총상금 2500만 달러·약 331억 원) 1라운드에서 3m 이내 퍼트를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다. 14개 시도했는데 14개 모두 넣었다. 평균 291야드의 짧은 드라이버 샷에도 버디만 8개를 쓸어 담아 1타 차 단독 선두에 오른 원동력이다. 퍼트로 얻은 타수(SG: Putting)가 무려 5.73타다. 7언더파 2위 콜린 모리카와(미국)의 SG: Putting 기록인 0.87타와 비교하면 더 놀랍다.
레이미는 PGA 투어 1승이 있기는 하지만 무명에 가까운 선수다. 지난해 3월 우승한 코랄레스 푼타카나 챔피언십은 톱 랭커 대부분이 빠진 ‘B급’ 대회였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은 세계 랭킹 톱 50 중 43명이 출전한 ‘제5의 메이저 대회’다. 4대 메이저 출전 경험은 지난해 PGA 챔피언십(컷 탈락)이 유일한데 처음 출전한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불꽃을 일으켰다.
PGA 투어 5승의 42세 베테랑 닉 와트니(미국)는 레이미와 반대로 그린에서 망신을 당했다. 물로 둘러싸여 아찔한 17번 홀(파3)의 아일랜드 그린에서다. 핀까지 125야드밖에 안 되지만 바람을 가늠할 수 없어 까다로운 홀이다. 짧은 더블 보기 퍼트를 못 넣은 것까지는 납득할 만했는데 남은 퍼트를 한 손으로 성급하게 마무리하려다 놓치고 말았다. 물에 빠뜨린 티샷까지 포함해 3온 4퍼트로 이 홀에서만 4타를 잃고 하위권으로 밀렸다.
‘물귀신’으로 악명 높은 17번 홀은 이날 총 16개의 공을 물로 끌어들였다. 에런 와이즈(미국)는 17번 홀 티샷을 물에 빠뜨려 보기를 적은 데 이어 18번 홀(파4) 한 홀에서 6타를 잃는 섹스튜플 보기를 저질렀다. 18번도 왼쪽이 전부 물이라 위험한 홀이다. 티샷을 물로 보낸 와이즈는 두 번째와 세 번째 티샷도 거의 비슷한 곳에 빠뜨렸다. 네 번째 티샷은 안전하게 오른쪽을 보고 쳤지만 숲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좀 더 헤매야 했다. 16번 홀까지 1오버파로 선방하던 와이즈는 마지막 두 홀에서만 공 4개를 버리면서 7타를 까먹고 8오버파로 곤두박질쳤다.
홀인원의 행운을 누린 선수도 있었다. 헤이든 버클리(미국)의 티샷이 조금 길게 떨어졌나 했는데 백스핀이 걸려 홀로 빨려 들어갔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이 코스로 옮겨온 후 17번 홀에서 터진 11번째 홀인원이다. 버클리는 1오버파로 마감했다.
2017년 이 대회 우승자 김시우는 3언더파 공동 12위, 안병훈은 1언더파를 기록했다. 각각 2오버파, 3오버파의 김주형과 임성재는 컷 탈락 위기다. 세계 1~3위 욘 람(스페인), 스코티 셰플러(미국),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의 같은 조 대결에서는 셰플러가 4언더파로 치고 나갔다. 람은 1언더파를 적었고 최근 바꾼 드라이버에 적응하고 있는 매킬로이는 4오버파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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