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이었던 전형수(64) 씨의 유서가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자신의 억울함을 항변하는 가운데 이 대표를 직접 언급하는 내용도 포함돼 정치권과 검찰 수사의 뇌관으로 급부상했다.
1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 씨는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수첩 종이 6장을 찢어 유서를 작성했다. 유서 첫 장에는 ‘이 대표는 이제 정치를 내려놓으시라’ ‘더 이상의 희생은 없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다섯 장에는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오른 데 대한 부당함과 유족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전 씨는 ‘나는 일만 열심히 했을 뿐인데 검찰 수사 대상이 돼 억울하다’ ‘(사건 당시) 행정기획국장이어서 권한도 없었는데 피의자로 입건됐다’는 등 자신의 결백을 강조했다. 다만 유족이 유서 공개를 강하게 거부해 구체적인 내용은 전해지지 않았다.
전 씨의 죽음에 대해 이 대표는 “검찰의 과도한 압박 수사 때문에 생긴 일이지 이재명 때문인가”라며 "검찰의 이 미친 칼질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이날 “지난해 12월 26일 한 차례 소환 조사를 했을 뿐 이후 추가 조사나 출석 요구는 없었다”며 선을 그었다. 경찰은 이날 시신 부검영장을 청구했다. 다만 검찰이 유족의 뜻에 따라 오후 늦게 영장을 기각했다. 이날 부검 여부를 놓고 유족 측과 경찰이 갈등을 빚은 탓에 이 대표는 빈소를 찾고도 약 6시간 넘게 대기하다가 부검문제가 풀린 후 저녁에 20여분간 조문했다.
이 대표 관련 핵심 의혹의 공범으로 지목된 전 씨는 검찰 조사가 전방위로 확대되자 극심한 압박감을 느낀 것으로 추정된다. 전 씨는 최근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이 대표의 방북 경비 명목 등으로 북에 800만 달러를 줬다는 의혹에도 연루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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