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함경남도 신포 인근 해상의 잠수함에서 순항미사일을 발사해 우리 군의 해상 저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가 시험대에 올랐다. 북한이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을 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반적으로 순항미사일은 상대방의 레이더 탐지 고도를 피해 지상 수십 m 상공으로 낮게 날아갈 수 있다. 이를 육상이 아닌 해저에서 잠수함을 통해 은밀하게 쏘면 우리 군이 한층 더 막기 까다로워진다.
합동참모본부는 13일 “12일 아침 북한 신포 인근 해상의 북한 잠수함에서 발사한 미상의 미사일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군은 이 미사일을 SLCM으로 판단하고 미사일의 비행 거리, 고도, 속도 등 세부 제원을 정밀 분석 중이다. 이와 관련해 조선중앙통신은 “잠수함 ‘8·24영웅함’이 조선 동해 경포만 수역에서 2기의 전략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해당 미사일들이 동해에 설정된 1500㎞ 계선의 거리를 모의한 ‘8’자형 비행 궤도를 ‘7563초(2시간 6분 3초)~ 7575초(2시간 6분 15초)’간 비행해 표적에 명중했다고 주장했다.
8·24영웅함은 북한이 2016년 8월 24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1형’을 수중에서 수직 발사할 때 사용한 고래급(2000톤 급) 잠수함이다. 반면 SLCM은 영웅함의 수직 발사관이 아닌 어뢰관(함수 및 함미에 설치 추정)을 통해 발사된 것으로 보인다. 물밑에서 수면 위로 치솟을 때 보인 비행 각도가 직각이 아니라 비스듬한 사선 형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어뢰관 발사의 의미에 대해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영웅함과 1척의 신형 건조함 외에도 (구형인) 로미오급 잠수함 20척에서도 SLCM을 발사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당 SLCM의 핵탄두 탑재 가능성 여부는 아직 불분명하다. 다만 고래급 잠수함의 어뢰관(직경 533㎜)을 통해 발사됐을 정도로 직경이 작다면 아직 핵탄두를 탑재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기술은 기존 600㎜ 구경의 방사포에조차 탑재할 수준에도 이르지 못한 것으로 추정돼왔다. 우리 군은 “북한의 SLCM은 초기 단계의 시험 발사로 보인다”고 밝혀 실전 배치 수준에 이르지 못했음을 시사했다. 또 2시간 이상 8자형 비행 궤도를 그렸다는 북한의 주장에 대해서도 “군이 파악한 것과 차이가 있고 어느 정도의 기만과 과장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일축했다.
합참은 북한의 SLCM 발사 사실을 이튿날인 13일 오전 5시 30분에야 공개해 논란을 샀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북한이 SLCM을 쏜) 어제부터 면밀하게 상황 관찰하면서 필요할 경우 대응하기 위한 준비가 다 돼 있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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