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학교폭력 피해 학생 치유 전문 기관인 ‘해맑음센터’ 대체 부지 후보지가 3곳으로 정해졌다. 건물 붕괴 위험에 처한 해맑음센터가 이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다만 해맑음센터측은 후보지 교통·교육 인프라가 너무 열악하다는 이유로 후보지로의 이전을 반대하고 있어 부지 선정 작업에 난항이 예상된다.
13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경기·경북·충남도교육청이 지난달 교육부에 해맑음센터 대체 부지를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교육부는 해맑음센터 건물 수명이 다해 붕괴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체 부지가 나온 만큼 이전 작업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원래대로라면 3월 말 계약 종료인데 대전시교육청에서 이전까지 시설 사용을 허락한 만큼 이제 이전만 하면 된다”며 “부지선정위원회를 꾸려 센터 이전을 빠르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해맑음센터가 대체 부지 이전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정실 해맑음센터장은 “부지를 다 둘러봤는데, 피해 학생들이 치유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며 “이런 곳으로 학폭 피해 치유 센터를 옮길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조 센터장은 “교통편이 마땅치 않은 것은 물론이고, 시설도 열악해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후보지가 교통이 불편한 곳에 있어 교원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조 센터장은 “해맑음센터는 위탁 교육 시설이라 보통교과목 6개를 이수해야 학점이 인정되고, 치유 프로그램도 운영해야 하는데 지방에선 수업을 진행할 강사를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이유로 조 센터장이 서울 이전을 원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조 센터장이 최근 설세훈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을 만나 부지 제공을 요청했지만, 서울시교육청은 폐교 활용 계획이 이미 잡혀 있는 만큼 부지 제공이 쉽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해맑음센터가 서울만을 고집해 선정 작업이 지연될 경우 대체 부지 제공 의사를 밝힌 교육청이 제공 의사를 철회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조만간 해맑음센터 측과 만나 이전 협의를 추가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 센터장은 “서울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라며 “지금보다 더 열악한 시설로 이전하는 것은 상처를 입은 아이들을 또 다시 아프게 하는 일인 만큼, 아이들이 제대로 치유 받을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부지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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