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용기 충돌 사태로 러시아와 미국 간 외교적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 대통령이 미국을 비롯해 서방을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노르트스트림 해저가스관 폭파 사건에 우크라이나 측이 관련됐을 수 있다는 서방 언론의 보도가 "완전히 말도 안 된다(sheer nonsense)"라고 일축했다. 지난주 미국과 독일 언론 등은 미국 정부 소식통의 분석을 인용해 폭발에 친(親)우크라이나 세력이 관련됐다는 보도를 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처럼 깊은 수심에서 이뤄진 강력한 폭발은 관련 기술을 보유한 국가의 잠재력으로 뒷받침되는 전문가들만 수행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해저가스관 폭파의 진짜 배후는 미국이지만 진상을 가리기 위해 거짓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는 기존의 러시아 측 주장과 같은 의미의 발언으로 풀이된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독일을 놓고 “여전히 수십 년째 미국에 점령돼있다"며 독립적으로 행동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고 조롱했다. 그는 "유럽 정치인들은 스스로 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독일이 완전한 주권 국가가 아니었다고 발언해왔다"며 "소련은 어느 시점 군대를 철수하고 점령을 중단했지만, 미국에는 해당 사항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인들이 독립과 주권, 국익의 유전자를 잃어버렸다"며 "그들(미국)이 그들(유럽)의 코와 정수리를 때릴수록 그들(유럽인)은 고개를 더 조아리고, 그들(미국)은 더 크게 미소 짓는다"고 말했다. AP통신은 미국이 주도하는 대러 제재에 유럽이 참여하는 것에 불만을 품은 푸틴 대통령이 ‘종속적 태도’라며 비꼰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푸틴 대통령은 “서방이 러시아를 분열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주장을 재차 펼치기도 했다. 그는 러시아 부랴트 공화국의 항공기 제조공장을 방문한 뒤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러시아의 존망이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쟁이 “ 지정학적 과제가 아니라 국가로서의 러시아의 생존 과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푸틴 대통령은 서방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러시아에 ‘전략적 패배’를 안겨주려 한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서방이 전례 없는 대러 제재를 가했지만, 예상보다 빨리 회복 중이라는 주장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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