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 상가와 강남구 자이프레지던스 상가(자이스퀘어) 등 일반분양을 앞둔 강남권 아파트 단지 상가의 가격이 도마 위에 올랐다. 송파구 헬리오시티의 사례에서 보듯 높은 분양가가 결국 월세 부담으로 이어져 또 다른 ‘자영업자의 무덤’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아파트 입주 이후에도 상가 공실률이 절반에 달한 헬리오시티는 그 여파로 준공 5년 차인 지금까지도 상가 보류지 4곳을 팔지 못하고 있다.
1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한 자이스퀘어 상가는 28일 일반분양을 진행할 예정이다. 조합원 분양을 제외한 지하 1층 12개 호실과 지상 1층 13개 호실이 대상이며 최고가 입찰 방식으로 진행된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상가도 다음 달 5일 청약을 앞두고 있다. 지하 1층 56호실, 지상 1층 59호실, 2층 15호실, 4층 12호실 등 142호실이 일반분양으로 나온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자이스퀘어의 일반분양 최고가는 3.3㎡ 당 5800만 원 선이다. 전용면적 12.65평인 139호실의 경우 약 16억 원이다. 이보다 입지가 좋은 원베일리 상가의 경우 분양가가 3.3㎡ 당 최고 1억 1000만 원으로 훌쩍 뛴다. 1층 출입구에 인접한 111A호실(전용면적 6.72평)은 16억 5500만 원, 이보다 규모가 큰 142호(전용면적 19평)는 46억 8300만 원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두 상가의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조합원 분양 당시에는 좋은 입지를 바탕으로 가격이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현재는 고금리 등으로 투자 수익률이 기대치를 밑도는 데다 조합원 분양가보다 비싸 투자 매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업계는 인근에 위치한 래미안 퍼스티지 상가를 고려하면 원베일리 상가의 임대료는 평당 약 70만~80만 원 선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차보증금(1억 원)을 가정하고 단순 계산하면 원베일리 상가 1층 매장의 투자수익률은 연간 약 3% 중후반 정도로 최근 1금융권의 상가담보대출 금리(4~5%)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자이스퀘어의 경우 임대료가 평당 50만 원 이상으로 5% 안팎의 수익률이 예상되지만 일반분양되는 매장들의 위치가 대부분 안쪽 상가인 만큼 노출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근 중개업소의 한 관계자는 “자이스퀘어는 배후에 대규모 신축 단지가 있는 항아리 상권인데다가 상가 수가 적어 유입인구가 많다는 장점이 있다”며 “다만 일반분양되는 상가의 위치가 안쪽이고 최고가 입찰 방식인 만큼 분양가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분양가가 높아지면서 일각에서는 자영업자의 무덤이 된 송파구 헬리오시티 상가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의 소리도 나온다. 헬리오시티는 2018년 입주를 시작했지만 준공 5년째인 현재까지 상가 보류지 잔여분(4곳)을 아직도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높은 임대료로 공실률이 치솟으면서 투자자를 구하지 못한 탓이다. 2020년 2월 입찰 당시 26억 원이던 지상 1층 59호실(전용면적 11.19평)의 기준가는 지난달 15억 5200만 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다음 달께 일반분양을 앞둔 서초구 서초 그랑자이 상가(그랑자이몰)도 가격 눈높이가 커진 만큼 분양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여경희 부동산R 114 연구원은 “상가와 같은 수익형 부동산은 주로 거액을 대출해 레버리지 투자를 하는데 지난해 이후 금리가 치솟으며 임대수익률이 급감했다”며 “분양가와 임대료가 높아지자 상권이 정착된 구도심이라도 새로 입주하는 상가는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워진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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