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형 신용카드사들이 현금 방파제를 쌓는 등 경기 침체를 대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새로운 관세 정책이 공개되면서 미국 경기가 악화돼 카드값을 내지 못하는 소비자가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 시간) 미국 은행과 신용카드사들의 실적 보고서를 분석하고 이들 금융기관이 고객들의 채무 불이행 사태를 대비해 비상 자금을 마련하고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등 대비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JP모건체이스와 시티그룹은 미래 손실을 대비해 충당금을 쌓았다. 소비자 금융 기업 싱크로니 파이낸셜은 대출 기준을 강화하고 있으며, US뱅코프는 경기 침체에도 견딜 수 있는 부유한 고객층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관세 정책이 부과되기 전인 지난 1~3월 신용카드와 직불카드 매출에서 높은 수익을 낸 바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매출은 전년 대비 4% 증가했고, JP모건체이스는 7% 늘었다. WSJ는 "올초 미국인들은 계속해서 소비하고, 대출을 받고, 새로운 신용카드를 개설하는 속도가 지난해보다 빨랐다"고 분석했다. 분위기가 달라진건 4월부터다. JP모건체이스의 재무 책임자 제레미 바넘은 "지금은 미래에 집중하고 있는데, 미래는 명백하게 매우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이들 금융기관은 대출에도 고삐를 조이고 있다. 싱크로니 파이낸셜은 1분기 대출 계좌 수가 3% 줄었고 대출 규모는 4% 감소했다고 전했다. 특히 신용 점수가 낮은 고위험 대출자를 대상으로 심사 문턱을 높이고 있다.
WSJ는 소비자들이 휴가 등 비필수적인 소비를 미루고 있는 것이 경기 침체에 대한 경고 신호라고 짚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시티그룹에 따르면 1분기 여행과 엔터테인먼트 지출은 크게 둔화됐고, 필수적인 소비 항목의 지출은 늘었다. 캐피털원은 “카드 보유자들이 최소한의 결제만 하는 비중이 팬데믹 이전보다 높아졌다”고 밝혔다. 꼭 필요하지 않은 곳에는 지출을 줄이고, 당장 필요한 소비만 하면서 카드 결제액을 최소한으로 유지하려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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