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서의 할리우드 진출작’이라는 말보다는 ‘케이트 허드슨의 명연기’라는 말이 더욱 이 작품에 적합할지도 모른다. 전종서의 경우 '버닝'과 '콜' 같은 강렬함은 있지만 매번 똑같다는 것이 문제다. 전종서의 연기가 익숙하다 보니 케이트 허드슨의 연기만 부각된다.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은 폐쇄병동에서 탈출한 모나(전종서)가 낯선 도시에 도착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침을 흘리며 정신이 반쯤 나가있는 모나의 모습으로 시작하는 '모나리자와 블러드문'은 초반부부터 강렬한 전개로 치고 나간다. 초능력을 지닌 모나가 탈출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폭력적인 행위들은 압도적인 긴장감을 유발하며 단번에 관객들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이후 빨간 달이 뜨는 밤, 병원을 탈출한 모나는 이리저리 다니며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중에는 모나를 진심으로 아끼는 사람도 있고 그를 이용하려는 사람들도 많다. 그중에서 모나는 자신을 쫓는 경찰 해롤드(크레이그 로빈슨)를 마주치고 쫓기게 된다.
물론, 추격전이라고 하기엔 다소 쳐지는 속도감은 아쉽다. 추격전이 영화의 부분이 아닌, 전체 소재로 연결되어 있는 만큼 추격전에 대한 긴박함이 느껴지는 연출이 필요했지만 느리게 쫓고 쫓기는 신들은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만약 느슨해지는 부분에서 개연성을 더하는 신들이 더해지거나 어느 정도의 설명이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그 또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참으면 터지리라 믿었던 결말까지의 여정에서 "결국 왜 모나는 탈출을 했는가", "사람들은 모나를 왜 도와주는가", "모나의 존재는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을 끝내 알려주지 않는다.
더불어 연출에 있어 판타지는 현실을 뛰어넘은 스토리를 끌고 갈 수 있는 무기임에도 불구하고 초능력이라는 소재를 통해 서사를 확장시키기는커녕 간소화된 상상력을 보여줄 뿐이다. 추격 과정에서 요긴하게 쓰일 것 같았던 초능력도 그렇게까지 드라마틱한 효과를 내지 않는다.
이러한 감점 요소들로 인해 맹물을 들이키는 듯 맹맹해진 서사는 집중을 어렵게 한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함께 출연한 배우 케이트 허드슨을 비롯해 조연 배우들의 연기가 그 공백을 메운다. 매일 밤 스트리퍼로 살아가며 가정을 꾸리는 엄마 보니 역을 맡은 케이트 허드슨은 전종서 이상의 임팩트를 주며 압도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전작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에서 백치미 넘치는 셀럽 버디 제이 역을 소화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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