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지역은행에서 시작된 고금리발(發) 금융 부실 리스크가 글로벌 대형 은행으로 번졌다. 스위스 2위 규모의 다국적 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가 유동성 부족을 호소하자 현지 중앙은행이 긴급 지원을 단행했다. 위기 진화 시도에도 글로벌 금융 시스템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긴장감이 팽배하다.
15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CS는 스위스 중앙은행(SNB)으로부터 최대 540억 달러를 대출받는 등 유동성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30억 스위스프랑 규모의 채무증권을 되사들여 이자비용을 줄이는 방안도 대책에 포함됐다. 로이터통신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요 글로벌 은행이 긴급 구명줄(lifeline)을 받게 된 첫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 소식에 다음 날인 16일 CS의 주가는 개장과 함께 40%까지 오르는 등 장 초반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CS는 전날 은행의 최대주주인 사우디국립은행의 암마르 알쿠다이리 회장이 자금 수요가 있더라도 추가 지원은 절대(absolutely) 없을 것이라고 못 박으면서 부실 우려가 급증했다. CS는 지난해 연간 80억 달러의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CS의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달러 1년물 기준 전날 934bp(1bp=0.01%포인트)에서 15일 3992bp로 폭등했다. 이는 JP모건(50bp)의 약 80배 수준이다.
부실 확대 시 글로벌 금융 시스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부의장 출신인 앨런 블라인더 프린스턴대 교수는 “CS에 비하면 미국 지방은행에 대한 우려는 큰 것이 아니다”라며 “이번 사태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 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우리 금융 당국도 은행권에 신용 팽창기 때 추가 자본을 적립하도록 하는 ‘경기대응완충자본(CCyB)’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 외부 충격에 대비해 상시적으로 자본 버퍼를 유지하도록 ‘경기 중립적 CCyB’도 운용할 방침이다. 은행별 스트레스테스트 실시 결과 미흡한 은행에 대해서는 추가 자본(스트레스 완충 자본) 적립 의무도 부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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