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9일 오전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쏜 미사일이 사일로(지하 격납고)에서 발사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일로 방식 발사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주목된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0일 “전날 쏜 미사일은 북한판 이스칸데르인 KN-23을 개량한 KN-23B형으로 추진부를 1m이상 연장해 사거리와 탑재중량을 늘려 앞으로 핵탄두 탐재를 염두해 두고 개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KN-23의 통상적인 사거리가 600km로 알려지고 있으나 전날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은 800여km를 비행했다.
북한 매체가 20일 공개한 사진을 보면 북한은 이동식 발사차량(TEL)이 진입하기 어려운 산 속에서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은이 딸 주애와 안개 낀 산 속에서 나란히 걸어 내려오는 모습도 북한 매체는 공개했다. 발사 장면을 지켜 보기 위해 산 정상부에 올랐다가 내려 오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그러나 발사 근접 장면을 공개하지 않아 숨겨진 사일로의 모습은 드러나지 않았다.
양 위원은 “북한은 단거리부터 장거리 미사일까지 TEL 발사를 선호해왔으나 북한의 열악한 도로 사정과 시스템의 안정성 등을 고려하면 실제 작전시 미사일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어려웠다”며 “화성-17과 같은 ICBM의 경우에는 사일로 발사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사일로 방식의 첫 발사를 계기로 앞으로 화성-17형을 사일로에서도 운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화성-17형은 무력 시위에는 효과가 있지만 ‘괴물’로 불릴 정도로 길고 무거워 이를 탑재한 TEL이 커브길에서 회전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일반 도로나 산길 운행도 어려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사일로 발사는 정찰·감시 자산으로 포착이 돼 타격에 쉽게 노출된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지닌다.
북한은 이번 미사일을 지상이 아닌 지상 800m 상공에서 폭발시켜 파괴력을 극대화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작전통제시스템과 방공망 등을 무력화하는 EMP탄(전자기펄스탄)을 시험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조선통신은 이날 “평안북도 철산군에서 발사된 전술탄도미싸일은 800km 사거리에 설정된 조선동해상 목표상공 800m에서 정확히 공중폭발함으로써 핵전투부에 조립되는 핵폭발조종장치들과 기폭장치들의 동작믿음성이 다시한번 검증되였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날 SRBM 발사를 전술핵공격을 모의한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KN-23에 전술 핵무기 탑재가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군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신범석 국방부 차관은 이날 SBS방송 출연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폭발시키는 기폭장치까지 미사일에 장착해서 테스트했다는데, 이는 사실 관계와 약간 다른 과장된 것”이라고 말했다. 신 차관이 북한의 '핵공격태세 완비' 주장에 대해서도 “과장이 약간 섞여 있다”면서도 “(북한의 핵 능력이 사실상 실전배치에 임박한 정도의 수준은 와 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권구찬 선임기자 박경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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