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신 변호사의 사퇴로 한 달간 이어진 국수본부장 공석 위기가 일단락됐다.
경찰과 정부가 27일 제2대 국수본부장에 내부 인사인 우종수 경기남부경찰청장을 임명하면서 변화보다 안정을 선택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국수본부장 임명 관련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윤 청장은 "신임 국수본부장은 경찰조직에 약 24년간 몸담아 오면서 서울경찰청 수사부장, 경찰청 과학수사관리관, 경찰청 형사국장, 서울경찰청 수사차장 등을 두루 거친, 탁월한 경찰수사 전문가"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청 차장과 시·도 경찰청장을 역임해 치안행정 전반에 대한 이해가 높고, 투철한 공직관과 합리적인 업무 스타일로 조직 내에서 신망이 높다"며 "앞으로 균형 잡힌 시각과 적극적인 소통으로 경찰 수사조직을 미래지향적으로 이끌 적임자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윤 청장은 "향후 경찰청은 신임 국수본부장을 중심으로 수사 경찰의 혁신에 매진함으로써 경찰 수사의 전문성과 공정성, 신뢰도를 한층 더 높이겠다"며 "실력 있고 당당한 경찰로서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여망에 부응하며, 치안 책무를 성실히 완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우 청장이 임명된 가장 큰 배경은 이른바 '정순신 사태'로 보인다.
아들의 학교폭력이라는 돌발 변수로 빚어진 국수본부장 공석 사태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대통령실의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4일 국수본부장에 임명된 정 변호사는 임명 하루 만에 아들의 학폭 문제가 불거지면서 중도 사퇴했다.
이후 외부 재공모와 내부 선발을 두고 대통령실과 경찰이 좀처럼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국수본부장 공석이 한 달 동안 이어졌다.
검사 출신 인사를 중용하는 정부 기조에 따라 또다시 외부 공모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공모 절차에 상당한 기간이 걸린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해 결국 경찰 내부 인사로 기울었다.
외부 공모로 국수본부장을 선발할 경우 지원자 접수에만 2주 이상 소요되고, 이후 서류 심사와 신체검사, 종합 심사 등 후보자 선발 절차에도 한 달 가까이 걸린다.
이렇게 되면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국수본부장 공석 사태가 자칫 5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
경찰 수사를 총괄·지휘하는 국수본부장에 경찰 출신을 임명해야 한다는 경찰 내부 분위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21년 출범한 국수본은 3만명이 넘는 전국의 수사 경찰을 지휘하는 독립적 수사기관이다. 전국 18개 시도경찰청장이 국수본부장의 수사 지휘를 받는다.
수사 업무에 관해선 경찰청장을 넘어서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는 자리다.
검사 출신인 정 변호사의 인사 검증 실패를 겪고도 국수본부장에 다시 외부 인사를 기용할 경우 상당한 내부 반발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우 청장은 정 변호사 사태로 한층 강화된 인사검증 과정에서도 별다른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다. 지난해 8월 우 청장이 치안정감 승진하면서 이뤄진 경찰 내부 인사 검증에서도 결격 사유가 없었다고 전해진다.
이번 인사에서는 대통령실과 법무부 산하 인사검증단이 주도적으로 우 청장에 대한 세평 수집과 인사 검증에 나섰고, 마찬가지로 문제가 될만한 사안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1남 1녀를 둔 우 청장은 지난해 고위공직자 재산신고 때 13억9천600여만원을 신고했다. 아들은 정상적으로 병역을 마쳤다.
여기에 우 청장에 대한 경찰 안팎의 두터운 신망도 국수본부장 임명의 주된 배경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우 청장은 서울경찰청 수사부장과 경찰청 형사국장을 역임하는 등 일선 수사부서 경험을 두루 갖춘 수사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경찰 내부에서는 수사 기획력은 물론 리더십과 온화한 포용력을 갖춘 '덕장'으로 불린다.
경찰청장과 경찰청 차장 등 경찰 주요 고위간부가 경찰대 출신인 상황에서 우 청장이 행정고시 특채인 점도 고려된 것으로 전해진다. 우 청장은 성균관대를 졸업한 뒤 1999년 행정고시(38회) 특채로 경찰에 입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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