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자국에서 철수하는 외국 기업에 자산 매각 가격의 최소 10%를 기부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글로벌 기업들이 줄줄이 사업을 접자 거액의 ‘탈출 비용’을 뜯어내며 몽니를 부리는 모습이다.
28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감시위원회는 전날 발표한 공고에서 ‘비우호국’ 출신 외국인투자가가 철수하는 경우에 대한 의무 요건을 갱신했다. 이에 따라 개전 이후 대러 제재에 동참한 국가의 기업들은 사업체를 매각할 경우 자산평가보고서에 제시된 시장가치의 최소 10%를 ‘출국세’ 형식으로 러 연방 예산에 현금 기부해야 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에서 사업 철수 승인을 위해 대기 중인 외국 기업들은 2000여 곳에 달한다. 사실상 이들이 떠날 때마다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이 될 상황에 처한 것이다. 매각 심사를 받는 것도 쉽지 않다. FT는 소식통을 인용해 “현재 러시아 재무부는 한 달에 3번 회의를 열며 회의별 심사 건수를 7건으로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철수신청서를 제출한 기업들만 심사해도 최소 8년이 소요된다는 뜻이다.
미처 ‘탈러시아’를 하지 못한 서방 기업들의 철수 과정은 더욱 험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러시아는 지난해 12월 철수 기업에 시장가치의 50%를 인하할 때만 자산 매각을 허용한다는 조건을 부과한 바 있다. 이에 르노자동차는 1루블에, 닛산자동차는 1유로에 지분을 양도하는 등 철수 기업 대부분이 명목상 수수료만 받고 헐값에 사업체를 팔아넘긴 상태다.
한편 러시아는 29일 미국에 대해 핵무기와 관련한 모든 정보 제공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세르게이 럅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스푸트니크통신과 인터뷰에서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에 따라 이뤄지던 러시아와 미국 간 모든 정보 이전을 중단했다”며 “미사일 시험 발사 통보 역시 앞으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한 러시아에 대해 전략 핵무기 정보를 비공개하기로 하자 이에 대한 맞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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