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최대 투자은행(IB) UBS가 크레디트스위스(CS) 인수를 앞두고 세르지오 에르모티(62) 전 최고경영자(CEO)를 재영입했다. 재무 악화로 파산 위기에 처했던 CS의 사업 개편과 구조조정을 맡아야 하는 만큼 경영 위기 관리 능력이 검증된 인사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UBS 이사회는 29일(현지 시간) 성명을 통해 다음 달 5일부터 그룹 CEO로 세계 최대 규모 재보험사 스위스리(Swiss Re) 이사회의 에르모티 의장이 복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에르모티 의장은 2011년부터 9년간 UBS의 CEO 직책을 맡은 바 있다. 그는 재무 위기에 처한 CS를 인수한 UBS의 수장으로 복귀해 통합 은행의 경영을 정상화하는 중책을 맡을 예정이다.
UBS 이사회는 과거에 UBS의 ‘구원투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는 에르모티 의장이 랄프 해머스 현 CEO를 대신할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에르모티 의장이 CEO가 오른 2011년 당시는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금융사들의 경영 환경이 악화됐으며 UBS 역시 런던지사의 파생상품 임의 매매로 20억 달러(약 2조 6000억 원)의 대규모 손실을 입은 상황이었다. 당시 에르모티 CEO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경영 전략 재수립 등을 단행해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고, UBS를 세계적인 투자은행으로 부활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에르모티 의장은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CEO 부임 후 UBS와 CS의 중첩된 사업 부문을 개편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르모티 의장은 스위스 동남부 티치노 칸톤(주·州) 출신으로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증권사 메릴린치에서 18년간 일한 후 2005년 이탈리아 최대 은행인 유니크크레디드로 자리를 옮겨 투자 부문장을 역임한 바 있다. 2011년부터는 UBS에서 9년 동안 유럽·중동 사업부문장과 CEO로 재직했고 이후 스위스리의 이사회 의장을 맡아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