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경 중이라는 사실마저 잊을 만큼 신세계를 만난 기분입니다.”
얼마 전 ‘친환경 월경용품 기획전’을 연 이지은 임팩토리얼 대표는 월경컵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임팩토리얼은 지속 가능한 소비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2019년 설립된 소셜 벤처로 온오프라인 제로웨이스트숍인 ‘모레상점’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월경컵 시장은 일회용 생리대 시장 대비 1~2% 정도에 불과하다. 아직까지 시장 규모는 미미하지만 여성의 건강권과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위해 월경컵 문화를 더욱 확산시켜야 한다는 게 이 대표의 주장이다.
# ‘월경 중심의 여성 헬스케어 기업’을 표방하는 해피문데이는 최근 디지털 탐폰을 출시했다. 기존 탐폰의 경우 체내에 삽입하기 쉽도록 돕는 플라스틱 애플리케이터가 있지만 이 제품은 플라스틱 애플리케이터를 아예 없앴다. 흡수체와 제거용 실까지 모두 유기농 순면을 사용하고 발암물질(다이옥신)을 배출하지 않는 산소계 표백제를 썼다.
국내 월경용품 시장은 최근 2~3년 동안 느리지만 확실한 개화기를 맞이하고 있다. 여전히 일회용 생리대에 편중된 시장이지만 ‘생리대 파동’ 충격의 여파로 대체재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여기에다 친환경 붐을 타고 플라스틱 쓰레기가 배출되지 않는 제품을 찾는 수요가 증가하는 것도 시장 성장에 기대감을 갖게 한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17년 생리대 파동 이후 전체 생리대 시장(약 5800억 원 규모)에서 유기농 순면 생리대의 매출 비중은 10%대에서 35~40%대까지 급증했다. 당시 시중에 판매되는 생리대에서 톨루엔 등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발암물질인 스타이렌 등이 검출되면서 소비자들의 우려가 커진 결과다.
그러나 유기농 생리대가 최선은 아니다. 초경·완경 시점에 따라 다르지만 생리대를 사용하는 여성은 평생 1만 개 이상 쓰는 것으로 추산된다. 재활용이 불가능한 쓰레기가 그만큼 생겨나는 셈이다. 게다가 생리대의 위해성에 대해서도 아직 연구할 여지가 있다.
이런 이유로 최근 월경컵, 면 생리대, 디지털 탐폰 같은 대체재가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실리콘으로 제작된 월경컵은 세척과 소독을 거쳐 2~5년가량 쓸 수 있다. 초경에서 완경까지의 기간을 대략 30년 정도로 잡을 경우 6~15개의 월경컵만 사용하면 되는 셈이다. 생리대 구입 비용이 매년 12만 원 정도라고 할 때 월경컵 한 개를 5년 동안 쓰면 총 57만 원이 절약되는 장점도 있다. 무엇보다 활동이 자유롭고 교체에도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단지 ‘입문’에 거부감이 높아 국내 월경용품 시장의 1~2%를 차지하는 데 그친다. 하지만 미래 성장성을 확신한 스타트업들이 대거 뛰어들면서 십수 종의 관련 제품이 국내에 출시됐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로 읽힌다.
차선책으로는 종이 애플리케이터가 적용된 탐폰 또는 디지털 탐폰이 꼽힌다. 유기농 순면 흡수체 제품이라면 쓰레기와 위해성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순면이 아닌 합성섬유를 쓴 탐폰은 미세플라스틱이 체내로 흡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21년 영국왕립화학회 저널에 게재된 영국 미들섹스대 연구진의 연구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이 함유된 탐폰 한 개당 170억 개의 초미세플라스틱이 배출된다.
이 밖에 면 생리대나 월경 팬티는 일회용 제품 대비 약한 흡수력, 그리고 잦은 세탁이 필요하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접근성이 높아 일회용 생리대에 대한 불신이 큰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인기를 끌고 있다. 김도진 해피문데이 대표는 “그동안 탐폰·월경컵처럼 다양한 제품이 있다는 사실이 잘 알려지지도 않았고 시도하기 어려운 문화였지만 이제 건강 또는 환경을 위한 선택지가 늘었다”며 “앞으로는 일회용 생리대 이외의 제품 사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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