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인근에서 발생한 여성 납치·살인 사건은 피해자의 재산을 노리고 사전에 계획된 범죄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1일 언론 브리핑에서 “체포된 피의자 A(30) 씨가 피해자 소유의 가상 화폐를 갈취할 목적으로 사전에 범행을 계획했다고 진술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범행 2~3개월 전부터 미행…금품 갈취 목적 납치·살인 계획
A 씨를 포함한 30대 남성 3명은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46분께 서울 역삼동 인근 아파트에서 40대 여성을 폭행한 뒤 강제로 차에 태워 납치·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사전에 C(35) 씨가 피해자를 범행 대상으로 지목해 범행을 제안했고, 대포폰과 흉기 등 범행 도구도 제공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2~3개월 전부터 피해자를 미행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A 씨의 진술에 따르면 피해자와 일면식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C 씨가 대학 동창인 B 씨에게 범행을 제안했고, B 씨는 A 씨에게 3600만 원 가량의 채무를 대신 갚아주겠다며 범행 가담을 제안했다. A 씨와 B 씨는 과거 배달 대행업에 종사하며 알게 된 사이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청부 살인 사건인지는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A 씨와 B 씨는 범행 당일 오후 4시께부터 피해자 회사 인근에서 대기하다 퇴근하는 피해자를 A 씨 소유의 차량에 태워 서울을 빠져나갔다. 경찰은 다음날 08시께 대전에서 해당 차량을 발했고, 차 내부에서는 범행 도구로 보이는 고무망치, 청테이프, 케이블 타이, 주사기 등이 나왔다.
이튿날(30일) 오전 대전 대청댐에 피해자의 시신을 유기한 이들은 납치에 이용한 차량을 버리고, 렌터카로 갈아타고 청주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이들은 각각 택시를 이용해 성남시로 이동했다. 경찰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옷을 갈아입고 여러 차례 택시와 도보로 번갈아 이동하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 경찰 관계자는 “현금과 대포폰을 쓰고, 성남에서도 수차례 이동을 해 수사를 피하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였다”고 밝혔다.
납치 의심 신고 접수 후 차량 수배까지 1시간 10분 소요
경찰에 따르면 29일 23시 46분 남성 2명이 여성을 폭행하고 차량에 태웠다는 112 신고가 접수되자 11시 49분께 출동 지령을 내렸다. 약 3분 뒤 순찰차가 현장에 도착해 주변 CCTV 등을 통해 피해 여성이 차에 강제로 태워지는 모습을 확인했다.
하지만 차량에 대한 수배령은 이튿날(30일) 오전 0시 56분께 내려졌다. 피해자가 납치된 지 1시간 10분이 지난 시점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관제 센터 CCTV 화면이 차량 번호를 특정하기엔 어려웠으며 차량 번호 특정 이후에도 최초 신고된 차종과 달라 약간의 시간 지체가 발생했다”며 “0시 52분께 차주 A 씨에 대한 과거 수배 사실 등을 확인해 용의 차량일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경찰, 추가 공범 가능성 열어두고 수사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소유한 가상화폐 액수 및 실제 피해 여부 등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범행 동기 및 경위을 진술한 A 씨와 달리 다른 피의자 두 명은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번 사건의 엄중함을 인지해 추가 공범 여부 등 철저한 수사를 할 것이며 신상 공개 여부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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