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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여우 사냥’과 ‘늑대 외교’





2017년 미국 뉴욕시 인근에 살던 중국의 한 반체제 인사는 중국에 있어야 할 아버지가 갑자기 찾아와 깜짝 놀랐다. 아버지는 “중국에 돌아가지 않으면 가족들이 위험해진다”고 말하며 중국 당국의 협박 분위기를 전했다. 그의 귀국을 유도하기 위해 중국 공작원들이 소위 ‘여우 사냥’에 나선 것이다. 공작원들은 아버지 동원에도 불구하고 반체제 인사 송환에 실패하자 함께 있던 그의 딸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를 보내고 미행자를 붙이며 협박했다. 중국어로 쓴 위협적인 글을 대문에 붙이기도 했다. 미 법무부는 2020년 이 사건 관련자 등 중국인 8명을 미국 거주 중국인들을 괴롭히고 스토킹한 혐의로 기소했다.

시진핑 정부는 2014년 공안부 산하에 경제범죄정찰조사국을 두고 해외로 도피한 부패 사범을 귀국시키기 위해 ‘여우 사냥’을 시작했다. 공작원들을 주로 4인 1개조로 전 세계에 보내 도망간 범죄자들을 온갖 방법으로 귀환시켰다. 요즘에는 여우 사냥의 대상이 반체제 인사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여우 사냥’을 위한 비밀경찰서를 전 세계 다수 국가에서 운영하는 게 드러나 파문을 일으켰다. 이번에는 중국이 공산당의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소속 감찰관들을 주요 20개국(G20) 주중 대사관에 외교관 신분으로 파견해 공식적으로 경찰력을 행사하려 하고 있다.



사실 시진핑 정부는 급성장한 중국의 경제·군사력을 바탕으로 늑대처럼 힘을 과시하는 ‘전랑(戰狼·늑대 전사) 외교’를 구사해 주변국들을 위협해왔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불인정 판결에도 중국은 남중국해가 자국의 영유권이라며 몽니를 부리고 있다. 또 홍콩보안법 제정을 강행했고 걸핏하면 대만에 무력시위를 벌였다. ‘여우 사냥’이 ‘늑대 전사 외교’를 이은 ‘동물의 왕국’ 2탄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제동장치 없이 전 세계로 돌진하는 중국의 전체주의·팽창주의 위협이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다. 정글과 같은 국제 정세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가치동맹과의 연대를 강화시키는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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