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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의 경고 "CRE펀드 대규모 환매 노출"

■개방형 CRE펀드 금융불안 뇌관

유로존에만 '1482조원' 규모

80% 개방형 구조 취약성 노출

거래 44% 감소…가격도 조정

"유동성 미스매치 발생 가능성"

블랙스톤 "지난달 45억弗 환매"

사진 설명




상업용부동산(CRE) 펀드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유럽중앙은행(ECB)으로부터 나왔다. 은행 등 금융권이 지난달의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다음 위험 지대로 지목되는 CRE의 문제점을 당국도 자각하고 대응에 나섰다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ECB는 3일(현지 시간) 공식 홈페이지에 거시건전성 관련 보고서를 올려 투자자가 언제든 환매 가능한 ‘개방형 CRE 펀드’가 “대규모 환매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CRE 시장은 물론 넓은 범위의 금융 안정성에도 위험을 미칠 수 있음을 고려할 때 개방형 CRE 펀드의 구조적 취약성을 해결할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펀드의 구조적 취약성이 불거지는 징후로 꼽힌 사례는 거시 금융 전망의 불확실성이 커지거나 통화 긴축으로 시장에 유동성이 줄어들고 가격이 조정을 받는 상황 등이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이 단기간에 환매에 나서면 펀드가 투자하는 CRE는 유동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펀드의 유동성에 심각한 미스매치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충분한 유동성 관리 도구가 없으면 펀드가 환매 자금 마련을 자산 매각에 의존해야 하며 이는 시장의 스트레스를 높일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펀드가 유동자산의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 ECB의 주문이다. 투자자가 환매 가능한 빈도를 줄이고 환매 의사 표시부터 실행까지 간격을 두거나 최소 보유 기간을 유지하는 조치 등도 제안했다.

유로존 내 CRE 펀드의 순자산가치는 2012년 4분기 3230억 유로(약 460조 원)에서 지난해 4분기 1조 400억 유로(약 1482조 원)로 10년 사이 3배 이상 늘었다. 이 중 80%가 개방형 펀드이며 이들이 유로존 CRE 시장의 40%를 차지한다. 반면 시장은 얼어붙고 있다는 우려가 높다. 유로존 CRE 거래 건수는 지난해 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44%나 감소했다. 실제로 가격 조정 상황도 드러나고 있다. 유럽 내 중대형 부동산 자산관리사와 리츠 등의 시가총액을 알 수 있는 MSCI 유럽부동산지수는 3월 한 달에만 14% 하락하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ECB는 존스랑라살의 통계를 인용해 유로존 내 고급 CRE 가격도 지난해 한 해 2·3분기의 하락세 때문에 14%나 떨어졌다고 전했다.

이 와중에 미국에서는 부동산 펀드의 대량 환매가 발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블랙스톤이 700억 달러 규모로 운용 중인 리츠에 3월 한 달 동안 전월 대비 15% 증가한 45억 달러의 환매 요청이 들어왔다고 이날 보도했다. 블랙스톤 측은 인출 한도 때문에 이 중 6억 6000만 달러만 지불했다. FT는 “조너선 그레이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지난달 초 투자자 200여 명 앞에서 금융 격변 속의 새로운 투자 기회라며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지만 투자자들의 우려는 높았다”고 평가했다. 블랙스톤 경영진은 설명회에서 금융위기가 신규 부동산 건설을 위한 은행 자금 조달 제한으로 시장에 공급 압박을 높이고 이는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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