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반도체·배터리 규제를 한층 강화하자 중국이 ‘희토류 무기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전기자동차·풍력발전 등 첨단산업에 필수인 희토류 관련 기술 수출을 금지해 미국·유럽·일본 등의 규제 그물망에 ‘팃포탯(tit-for-tat·맞받아치기)’으로 맞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향후 중국이 기술에 이어 광물 자체에 대해서도 제한을 둘 수 있어 우리 기업들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5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중국 수출 금지, 수출 제한 기술 목록’ 개정안을 연내 시행한다. 개정안에는 희토류의 추출·분리 및 금속재 생산 기술에 대한 수출 금지 조치가 새롭게 담겼다. 특히 전기차·풍력발전용 모터 등의 핵심 부품인 고성능 희토류 자석 제조 기술도 수출 금지 대상에 포함됐다. 중국은 해당 개정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올해 1월 완료했다.
중국의 이번 개정안에는 희토류 기술을 무기화해 국제 사회의 대(對)중국 의존도를 높이고 미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공급망을 뒤흔들겠다는 큰그림이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현재 고성능 희토류 자석인 ‘네오디뮴'과 ‘사마륨코발트’ 시장에서 각각 84%, 90%에 달하는 압도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관련 기술마저 독점할 경우 비용·환경 문제로 현재 기술을 갖추지 못한 다른 국가들의 ‘희토류 자립’은 사실상 불가능해져 중국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다. 중국 희토류 자석 의존도가 90%에 달하는 한국 산업계도 긴장한 가운데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엔진 역할을 하는 모터에 해당 희토류 자석을 사용하는 완성차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이 수출 금지 대상을 늘리거나 핵심 광물 자체의 수출 규제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조달처 다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중국은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를 강화한 일본에 보복 조치를 예고한 데 이어 이날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일본·네덜란드 3국 간 대중 수출 규제 합의가 있었는지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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