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시공사와 조합이 갈등을 겪어도 일반분양자 입주까지 막은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이제 이런 일도 벌어지네요.”
서울 양천구 ‘신목동파라곤(신월4구역 재건축)’의 입주 지연 사태가 좀처럼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한 건설사 직원이 한 말이다. 2020년 8월 신목동파라곤 일반 분양에 당첨된 153가구는 당초 3월 1일부터 입주할 예정이었지만 시공사인 동양건설산업이 이를 막으면서 한 달 넘게 이사도 못하고 곳곳을 떠도는 신세다.
이번 사태는 시공사와 신월4구역 조합 간 공사비 증액 문제에서 비롯됐다. 동양건설산업은 코로나19 사태, 화물연대파업 등에 따라 공사비가 늘었다며 입주 날 직전 106억 원 규모의 추가 분담금을 요구했다. 조합이 이를 거부하자 아파트 모든 출입구에 컨테이너를 놓고 유치권을 주장하며 조합원 및 일반분양자들의 입주를 막았다. 조합은 시공사가 불법으로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법원에 업무방해 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재판부는 “시공사의 증액 협상에 조합이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며 동양건설산업의 손을 들어줬다.
조합도 답답한 심정이지만 더 속이 타 들어가는 것은 일반분양자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84㎡형 당첨자 가운데는 청약 가점 만점자(84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약 가점 만점을 받으려면 부양 가족이 6명 이상이어야 하고 무주택 기간과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각각 15년 이상이어야 한다. 10년 넘게 청약 통장에 꼬박꼬박 돈을 넣고 분양에 당첨돼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 직전이었는데 집에 발도 못 들이는 악몽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조합과 시공사 갈등은 민사 문제이기 때문에 소송을 하든, 합의를 하든 당사자들끼리 해결하면 된다. 일반분양자들의 입주 문제는 다르다. 아무 잘못이 없는 일반분양자들은 우선 입주를 시키는 게 상식이다. 같은 사안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대치푸르지오써밋’도 일반분양자 입주는 정상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공사는 애꿎은 일반분양자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 최근 몇 년간 원자재비 등이 급등해 공사비를 인상하는 게 불가피할 수도 있지만 조합을 압박하기 위해 일반분양자까지 볼모로 잡는 행위는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관할 자치구인 양천구청과 해당 구 국회의원, 서울시, 나아가 국토교통부까지 나서서 양측이 합리적인 타협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적극 중재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하루라도 빨리 일반분양자들이 꿈에 그리던 집에 입주해 집들이를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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