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움츠러들면서 서울 알짜 부지들이 새 주인을 찾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긍정적인 분양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 속 낙찰을 받는다 하더라도 자금 조달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452-1(옛 클럽54 골프연습장) 일원 5140㎡ 부지는 입찰 8번 만에 겨우 새 주인을 찾았다.
최초 최저입찰가는 2819억 2740만 원이었으나 7차례 유찰되면서 최저 입찰가는 1348억 4740만 원까지 낮아졌다. 낙찰가는 최초 최저입찰가의 53% 수준인 1497억 원에 그쳤다. 서울 지하철 2·4호선 사당역 역세권에 위치한 해당 부지는 300가구 규모의 ‘방배 힐스테이트(주상복합)’가 지어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시행사가 토지담보대출 연장에 실패하며 지난달 말 공매로 넘어갔다.
이밖에 또 다른 알짜부지들도 수차례 유찰을 겪고 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49-8번지 및 사업인허가권도 이달 초부터 입찰을 진행했지만 세차례 유찰됐다. 다음 입찰 최저 입찰가는 기존(2263억 원) 보다 27.1% 낮은 1649억 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행사 루시아홀딩스가 이 사업지에서 초고급 주택 ‘루시아 청담’을 짓고 3.3㎡당 2억 원에 분양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주택 시장 불황이 짙어지면서 브릿지론이 본 PF로 전환되지 못하면서 공매로 넘어갔다. 부실채권 전문투자사 하나에프앤아이(F&I)가 대주단으로 참여, 사업 정상화를 추진 중에 있으나 아직 공매가 철회되지 않았다.
고급 연립주택 건설을 추진했던 서울 용산구 한남동 ‘남산 그랜드하얏트호텔 주차장 부지’도 최저가 2873억 원에 입찰을 진행했으나 지난 6일까지 다섯 차례 유찰 됐다. 입찰가격은 2223억 원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고금리 상황 속 부동산 경기가 위축된 만큼 서울 알짜부지들가운데서도 사업성이 나오는 곳들만 겨우 새 주인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준석 제이에듀 투자자문 대표는 “부동산 경기가 호황일 때 사업이 추진됐던 서울 알짜 부지들이 공매로 넘어가고 수차례 유찰을 겪고 있는 것은 그만큼 시장이 얼어붙었다는 것"이라며 “현금이 많은 시행사라면 지금이 부지를 저렴하게 매입할 수 있는 적기이지만 금융비용이 워낙 높아진 만큼 부지 매입 가격이 최초 감정가의 절반까지 떨어져야 입찰에 나설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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