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모든 수입품에 최소 10%의 관세 부과를 발표한 뒤 혼란에 빠진 미 소비자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는 가격 인상을 우려해 소비에 나섰고 일부는 신중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6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상호관세 발표 직후 첫 주말 동안 미국 전역의 현장에서 포착된 소비자들의 엇갈린 반응을 보도했다. 시카고 교외의 한 가전 매장에서 쇼핑 중이던 은퇴한 부부 셜린과 필 윌링엄은 20년 된 주방 가전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천천히 고르려 했지만 가격이 오르기 전에 사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는 셜린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를 “(소비에) 불을 지른 것”이라 표현했다. 캘리포니아 마리나 델레이의 코스트코에서는 생수, 비누, 구강 청결제 등을 대량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눈에 띄었다. 쇼핑객인 셜리 산토스는 “주변 사람들이 평소보다 많이 사들이는 걸 보고 이 정도의 패닉 바잉이면 나도 빨리 사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반면 관세 조치에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소비자들도 있었다. 내슈빌의 한 월마트 고객은 “경제는 곧 회복될 것”이라며 평소처럼 장을 봤고 은퇴한 금융인은 “관세는 단기적으로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 기업에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했다. 관세에 대한 반응은 정치 성향에 따라 갈리기도 했다. 바이든 지지자들은 “여름까지 기다리고 싶었지만 이번 조치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지금 사야 했다”고 밝혔고 트럼프 지지자들은 “결국 사람들은 차액만 더 낼 뿐”이라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관세의 실질적 영향은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지만 그 가능성만으로도 소비심리는 흔들리고 있다. 마이애미의 한 기술 기업 대표는 “주식·연금까지 모든 자산이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고 밀워키의 은퇴 여성은 “이틀 만에 은퇴 계좌에서 8000달러가 사라졌다”며 불안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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