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오페라는 삶의 매뉴얼 같아요. 오페라 속에서 작곡가가 생각한 삶의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거든요.”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N스튜디오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나눈 베이스 박종민은 오페라의 의미를 이렇게 평했다. 그는 오는 27일과 29일 국립오페라단 오페라 ‘맥베스’로 국내 첫 오페라 공식 무대에 오른다. 빈 국립 오페라에서 7년간 전속 주역가수를 맡는 등 세계적인 무대에서 활약을 펼쳐 온 박종민에게 한국 오페라 첫 무대는 특별하다. 그는 “이번에 일정이 맞아 국내 무대에 오를 수 있어 정말 좋다”면서 “해외 어떤 무대보다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국립오페라단은 베르디 탄생 210주년을 맞아 올해 베르디의 네 작품을 공연한다. 그 시작을 ‘맥베스’가 연다. 맥베스의 동료이자 정적인 ‘방코’ 역을 맡은 박종민에게 작곡가 베르디는 어떤 사람일까. 앞서 한 인터뷰에서 그는 저녁을 함께 먹고 싶은 사람으로 베르디를 고르기도 했다. 그는 “베르디는 사회 속 다양한 사람들을 소재로 오페라를 창작하면서 바리톤·베이스·메조소프라노 등 저음 가수들의 역할을 중요하게 표현했다”면서 “제 레퍼토리 중 베르디가 차지하는 비율도 절반 이상이다. 제게는 고마운 작곡가”라고 말했다.
이번 ‘맥베스’ 공연은 상징성이 두드러지는 점이 특징이라고 했다. 그는 “파비오 체레사 연출의 이번 프로덕션은 이전에 비해 간소하게 상징화됐다”이라면서 “그만큼 음악적으로 더 많이 표현해서 관객들의 이해를 도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에게 이번 공연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은 방코의 아리아 ‘하늘에서 어둠이 내려오듯(Come dal ciel precipita)’이다. “방코라는 촉망받는 장군이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는 중요한 장면이고,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하기도 해서 잘 해야 할 것 같아요.”
한국 오페라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는 청소년 오페라를 키우는 것을 꼽았다. 오페라가 널리 향유되는 유럽에서도 주 관객층은 중장년·노년층이다. 박종민은 “외국에서는 매년 1~2작품 정도 오페라를 쉽게 수정한 청소년 오페라가 무대에 오른다”면서 “한국에서도 청소년 오페라가 활발하게 만들어진다면 세월이 흐른 후 다시 오페라를 관람하러 오는 이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국내 창작 오페라도 계속 젝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문화가 담긴 오페라일수록 관람 장벽도 낮아진다는 이유에서다. 박종민은 “이영조 작곡가의 창작 오페라 ‘황진이’도 일본·중국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다”면서 “격차가 있는 걸 인정하고 한 걸음씩 나아가야 저변도 넓어지고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1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1위를 거뒀을 때의 성취감이 기억에 남는다는 박종민은 “저는 어렸기 때문에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으로 한 콩쿠르였는데 좋은 성과로 돌아와서 더 큰 보답을 받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어릴 적 꿈꾼 뉴욕 메트로폴리탄·밀라노 라 스칼라 무대에도 올랐지만 앞으로도 오페라를 향한 마음만큼은 지속될 예정이다. 낮은 음역대의 베이스인 만큼 50대 이후 보다 완숙한 전성기를 맞아 즐겁게 연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품는다. 그는 “제가 좋아하는 걸 오랫동안 하는 게 저의 꿈”이라면서 “더 열심히 해서 관객들이 가사 없이도 표현이나 느낌을 알아차릴 수 있는 성악가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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