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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단체 압력 통했나…본회의 이틀 앞두고 등장한 '간호법' 중재안에 간호계 격분

간호협회, 당정 중재안에 "수용 불가" 반발

의사·간호조무사협회 등 "긍정적 검토"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료현안 민·당·정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강기윤 보건복지위 간사, 박대출 정책위의장,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 이형훈 보건의료정책관,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 김영경 대한간호협회장. 연합뉴스




당정이 오는 13일 국회 본회의 부의가 예정된 간호법 제정안과 의사면허취소법(의료법 개정안)의 중재안을 내놨지만 보건의료직역 단체 간 갈등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모양새다. 대한의사협회를 필두로 13개 직역단체가 참여하는 보건의료연대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과 달리, 대한간호협회는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된 법안대로 통과해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앞서 단독으로 간호법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했던 더불어민주당이 13일 본회의에서 원안을 강행 처리할 경우 여야간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간호협회와 간호법 제정 추진 범국민운동본부는 오는 12일 오전 12시 국회의사당 앞 국회대로에서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수요 한마당'을 개최한다고 예고했다. 간호계는 오랜 숙원이었던 간호법 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가 유력시되던 중 국민의힘과 정부가 이날 오전 '의료 현안 관련 민당정 간담회'를 열고 간호사 업무 관련 내용은 그대로 의료법에 존치하는 한편, 처우에 대한 법안은 따로 입법하는 내용의 중재안을 제시한 데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김영경 대한간호협회장과 신경림 간호법제정특위 위원장은 "간호법에 대한 가짜뉴스를 바로 잡기 위해 참여했으나 간협을 제외하면 간호법에 반대하는 단체들만 초청된 데다간호법과 전혀 무관한 임상병리사협회까지 참석했다. 자리 자체가 불공정하다"며 회의 도중 자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대한간호협회와 간호법제정추진범국민운동본부 주도로 열린 ‘간호법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문화마당’에서 현장 간호사들이 간호법 국회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 제공=대한간호협회


간협은 간담회 직후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마련된 간호법 대안을 통과시켜달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내고 "국회 본회의에 이미 부의된 간호법 제정안을 계속 반대한다면 간호법 제정 추진 범국민운동본부와 함께 전국의 50만 간호사와 12만 간호대학생들은 횃불을 높이 들고 끝까지 간호법 제정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하게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간무협은 "일방적으로 추진되던 문제의 간호법이 이제야 제자리에서 검토를 할 수 있게 됐다"며 당정이 나서 의견수렴 자리를 마련한 데 대해 환영 의사를 밝혔다. 간담회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간 간협을 향해서는 "(간호협회가) 간호법 제정과정에서 한 번도 대화나 협의를 하고자 한 적 없었다”며 “간호법에 대한 일방적 제정 추진을 중단하고 간호인력 당사자인 우리 간호조무사협회와 대화와 협의에 적극 참여해 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지난달 23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에 규정된 간호 관련 내용을 분리해 간호사와 전문간호사, 간호조무사 등 간호 인력의 업무 범위와 근무환경, 처우 등을 명시한 독자적인 법률을 제정하자는 것이다. 의협 등 간호사를 제외한 보건의료직역 단체들은 "간호법이 통과될 경우 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넓어지고 간호사가 의사 없이 독자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며 간호단독법 제정을 반대해 왔다. 특히 현행 의료법의 규율 대상이 ‘의료기관’에 한정된 것과 달리, 간호법 제정안에서 '의료기관과 지역사회’라고 언급된 부분을 문제 삼았다. 향후 간호사가 의사의 관리 감독 없이 독자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면서 단독 개원까지도 가능해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보건의료직역 13개 단체가 참여하는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 공동 총파업 결의를 위한 확대 임원 연석회의'를 열고 총파업 결의문을 발표했다. 사진 제공=대한의사협회


이날 당정이 간호사 업무 관련 내용을 기존 의료법에 남겨두고, '간호사 처우 등에 관한 법률’로 명칭을 바꾸자고 제안한 건 간호사들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간호계와 시민단체 등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면서 의사 등 나머지 보건의료직역들의 반발을 잠재우려는 취지로 읽힌다. 특히 두 법안에 반대하는 보건의료직역들이 오는 13일 두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하자 진료현장의 혼란을 막기위해 급히 중재에 나선 것이란 관측이다.

한편 당정은 이날 ‘중범죄의사면허취소법’이라고 불리는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중재안을 내놨다. 의료인이 모든 범죄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는 경우 (선고유예 포함) 변호사 등 다른 전문직처럼 면허가 취소되고 10년간 재교부를 금지한다는 게 당초 보건복지위원회 의결안이었는데, 의협이 강하게 반대하던 상황이다.

당정이 내놓은 중재안은 개정안의 ‘금고 이상의 형’ 부분을 ‘의료 관련 범죄와 성범죄, 강력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으로 범위를 축소했다. 결격 사유를 규정한 '행정기본법'과 개정안 조항이 서로 충돌한다는 이유다. 면허 재교부 요건과 금지 기간도 '의료 관련 범죄나 성범죄, 강력범죄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아 면허취소된 후 재교부 받은 자가 동일범죄로 다시 실형을 받아 면허취소된 경우 5년간 재교부 금지'로 완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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