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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러브콜 쏟아지는데…ADC 약발 못보는 韓 환자들 [약 읽어주는 안경진 기자]

2026년까지 130억弗 시장 성장

대표약품 엔허투 年매출 10억弗

가격부담에 일반 환자 투여 난항

내달 심의서 건강보험 적용 논의

ADC 항암제 '엔허투' 제품 사진. 사진 제공=한국다이이찌산쿄




국내외를 막론하고 요즘 바이오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술을 하나 꼽으라면 아마 항체약물접합체(ADC·Antibody Drug Conjugate)일 겁니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물산이 ‘삼성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를 통해 투자한 스위스 바이오 기업 ‘아라리스 바이오텍’ 역시 ADC 기술을 보유한 회사로 알려졌죠. 국내 기업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ADC 플랫폼을 기술이전하는 대가로 글로벌 제약사 암젠과 최대 1조 6000억 규모의 빅딜을 체결했습니다. 셀트리온은 국내 기업 피노바이오와 옵션 계약을 통해 ADC 개발에 뛰어들었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롯데바이오로직스는 ADC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는 ADC 신약 강자로 평가받는 시젠을 인수하는 데 무려 430억 달러(약 56조 원)를 투자하기도 했죠.

ADC는 특정 단백질을 정밀하게 표적하는 ‘항체(Antibody)’에 강력한 세포사멸 기능을 갖는 ‘약물(Drug)’을 링커로 연결해 만드는 바이오의약품입니다. ‘유도미사일’인 항체에 ‘핵탄두’인 항암제를 결합시킨 다음 암세포를 추적해 파괴하는 원리인데요. 강력한 암세포 사멸효과를 나타내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갖췄죠. 지난해 글로벌 ADC 시장은 58억 달러(약 8조 원) 규모로 집계됐습니다. 오는 2026년까지 13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데요. 지난해에만 1상 임상 단계에 새로 진입한 ADC 신약후보군이 57종이라고 하니 개발 열기가 얼마나 뜨거운지 새삼 실감하게 됩니다. 이러한 ADC 열풍의 중심에는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의 성공이 크게 자리합니다. 엔허투는 일본 다이이찌산쿄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차세대 ADC입니다. 2019년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지 약 4년만에 연간 10억 달러(약 1조 3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블록버스터 약물로 자리를 잡았죠.

국내에서도 지난해 9월 유방암과 위암 적응증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는데요. 미국에 이어 유럽, 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 허가를 받고 보험 적용까지 되는 동안 국내 도입은 기약이 없다보니 “신속히 허가해 달라”는 암환자들의 청원이 빗발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올 1월 우여곡절 끝에 정식 출시되고도 여전히 환자들에겐 ‘쓸 수 없는 약’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다보니 자비로 처방을 받기엔 비용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인데요. 21일 주기로 투여받는 엔허투 1바이알(100mg) 가격은 비급여 기준 230만 원 내외입니다. 1회 투여용량은 환자의 체중에 따라 달라지는데 성인 환자가 통상 회당 3~4바이알을 투여받는다고 가정하면 3주마다 약값으로만 750~900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죠. 연단위로 환산하면 1억 2000만~1억 5000만 원이라 웬만한 가정에선 감당하기 힘든 수준입니다.



허가 전 국회 국민청원 게시판을 뜨겁게 달궜던 엔허투가 최근 또다시 국민청원에 등장한 건 이런 사정 때문이었죠. ‘유방암 4기 어머니를 위해 엔허투의 보험을 승인해달라’는 청원인의 사연은 한달간 5만 명의 지지를 받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로 회부됐지만 청원심사소위원회가 ‘계속 심사’ 결정을 내려 급여 향방이 다시 갈피를 잃은 상태입니다.

지난달 암질환심의위원회는 엔허투의 급여 기준 설정을 결정하지 않고 ‘재논의’ 의사를 밝혔습니다. 암환자들에 대한 임상적 유용성에는 이견이 없었지만 엔허투 투여 대상인 유방암 환자 수가 너무 많아 재정 부담이 크다 보니 선뜻 결정하기 어려웠던 셈이죠. 혁신 기술로 전 세계 러브콜이 쏟아지는 ADC 신약을 눈 앞에 두고도 정작 수많은 암환자들이 비용 때문에 혜택을 보지 못한다니 아이러니합니다. 다음달 초에 열리는 암질심에서 엔허투 급여 논의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방암 환자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데요. 정부도 고민이 많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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