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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됴쿄 근교 집 3000만원입니다"…日, 외국인에 '빈집' 판다

지난 2017년 일본 빈집대책조치법에 의해 철거대상으로 지정된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시의 한 목조 주택의 모습이다. 연합뉴스 캡처




빈집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일본에서 외국인에게 빈집을 파는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17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는 “일본이 인구 급감과 수백만 채 이상의 버려진 집들을 호기심 많은 외국인 구매자들에게 연결하고 있다”며 일본의 빈집을 헐값에 사들인 외국인들의 사례를 조명했다.

호주 출신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자야 서즈필드(46)는 2017년 일본인 아내의 설득으로 두 아들과 함께 영국 런던에서 일본으로 이주했다. 2년 뒤에는 대중교통으로 도쿄 도심까지 45분 정도 걸리는 이바라키현의 전통식 일본 가옥을 2만3000달러(약 3000만원)에 사들였다. 이후 15만 달러(약 1억9875만원)를 들여 주택을 리모델링했다.

일본 삼나무로 지어진 건평 250㎡(75평), 대지면적 330㎡(100평)의 이 집은 집주인이 사망한 뒤 가족들이 버려두고 떠나 이바라키현 소유로 넘어간 빈집, 즉 ‘아키야(あきや)’였다.

아키야는 1990년대 중후반 일본의 ‘버블경제’ 거품이 걷히고 인구가 급감하기 시작하면서 일본 전역에 버려진 빈집을 뜻한다. 2018년 일본 정부의 주택 및 토지 조사에 따르면 전국 부동산의 약 14%가 아키야로, 850만 채에 이른다. 2023년 현재 기준 빈집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노무라종합연구소(NRI)는 10년 뒤 빈집 1100만 채가 추가로 발생해 전체 부동산의 3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빈집 증가로 주택보유세를 걷지 못해 재정 파탄 상태에 이른 일본 지방자치단체들은 ‘아키야 은행’을 만드는 고육지책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공동 경매를 통해 첫 경매가보다 30~40%를 깎아줘도 입주를 희망하는 내국인은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빈집을 개조해 만든 가나자와의 바의 모습이다. 교도 연합뉴스 캡처


반면 외국인 대상의 아키라 매매 사업을 활기를 띠는 모양새다. 서즈필드는 최근 자신처럼 일본으로 이주했거나 이주 계획을 가진 외국인을 대상으로 부동산 매매 사업을 시작했다. 10채 정도의 아키야를 싸게 사들여 리모델링한 뒤 20% 수익을 내고 있다.

서즈필드처럼 일본의 빈집으로 이주한 미국인 매튜 케첨은 부동산컨설팅회사 ‘아키야 앤드 이나카’를 설립해 외국인에게 빈집을 판매하고 있다. 100~300년 된 일본 전통가옥을 사들여 서양인의 생활 습관에 맞게 개조한 뒤 수익을 붙여 파는 식이다.

케첨은 “처음에는 일본 거주자, 호주인, 싱가포르인들로부터 문의받았는데, 지금은 국제 고객의 대부분이 미국 출신으로 상황이 바뀌었다”며 개업한 2020년보다 5배가 넘는 고객이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빈집에 입주한 미국인 부부는 NYT에 “아키야 은행에 8만8000달러(약 1억1700만 원)에 올라온 집을 3만 달러(약 4000만 원)로 낙찰받았다”며 리모델링 비용으로 10만 달러(약 1억3300만 원) 이상을 썼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미국 대도시 주변에서 이 정도 정원과 규모를 갖춘 주택을 사려면 최소 30만 달러(약 4억 원)는 든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NYT는 “일본의 주택 가격 하락은 2000년대 초반 ‘버블경제’의 거품이 꺼진 탓도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출산율 저하에 따른 인구 급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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