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이는 ‘운이 70%, 재주는 30%’라는 뜻의 운칠기삼은 중국 청나라 작가 포송령이 쓴 소설 ‘요재지이’에 나오는 고사성어다. 하늘에서 옥황상제의 명령으로 술 마시기 시합이 벌어졌는데 운명의 신이 일곱 잔을 마셔 석 잔밖에 마시지 못한 정의의 신을 꺾었다는 얘기에서 유래했다. 400여 편의 기담이 담긴 ‘요재지이’에는 이외에도 ‘재산이 많고 지위가 높으며 공을 세워 이름을 떨친다’는 뜻의 부귀공명,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뜻의 불용치훼(不容置喙)라는 사자성어도 등장한다.
중국 정부가 ‘힘에 의한 대만해협의 현상 변경 반대’ 입장을 밝힌 윤석열 대통령의 외신 인터뷰 발언을 두고 ‘불용치훼’라는 말까지 꺼내 무례를 범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대만 문제 해결은 중국인 자신의 일”이라며 “타인의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불용치훼는 상대방을 마구 비판할 때 주로 사용하는 표현으로 중국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인 한국의 대통령을 겨냥해 써서는 안 될 말이다. 우리 외교부가 “중국의 국격을 의심하게 하는 심각한 외교적 결례”라고 지적하고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초치해 강력하게 항의한 것은 당연한 처사다.
그런데도 친강 중국 외교부장은 21일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하면 불에 타 죽을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발언을 거듭 겨냥했다. 중국은 올해 2월에도 박진 외교부 장관이 외신 인터뷰에서 “대만해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다면 우리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하자 불용치훼 운운하며 막말을 퍼부었다. 그러나 불용치훼는 ‘그 입 다물라’는 의미 외에도 남 얘기는 전혀 듣지 않는 ‘옹고집’의 뜻을 갖고 있다. 중국이 대만해협의 평화를 지지하는 전 세계의 여론에 귀를 열고 무력 시위부터 멈추는 게 순리일 것이다. 중국이 무력으로 대만을 위협·공격하는 것에 찬성할 나라는 중국 등 극소수 권위주의 정권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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