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년 한시 특별법을 통해 전세사기 피해자를 지원하는 것에 대해 대다수 전문가들은 “늦었지만 할 수 있는 한 최선의 대응책을 내놓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지원 대상을 ‘사기 의도’가 있는 수십·수백 채의 주택을 보유한 임차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떼인 피해자로 한정하고 있는 점은 형평성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전세제도가 유지되는 한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전세금 에스크로 제도’ 추진 등의 추가 대책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전세 시스템에서 세입자가 약자인 것은 사실이지만 사인 간의 계약에서 정부가 직접 피해금을 물어주는 것은 단순한 일이 아니다”라며 “직접 (보증금) 지원을 제외한 특별법으로 전세사기 피해자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는 것은 현재로서 최선의 방안이라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피해자가 살던 주택에서 계속 거주가 가능하도록 범부처 차원의 대책을 마련한 것에 의의가 있다”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한 주택에 기존보다 싼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임차인의 피해액도 어느 정도 상쇄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가 특별법에서 전세사기 지원 대상 요건을 여섯 가지로 정했는데 일부 기준이 여전히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집주인의) 전세사기 의도가 있다고 판단돼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해야 지원을 받는데 그 기준이 애매하다는 점이다.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라는 요건도 형평성에 문제가 될 수 있다. 수십·수백 채의 대규모 집을 보유한 임대사업자로부터 피해를 본 경우로만 한정될 수 있어서다. 함 랩장은 “요건 문턱이 낮으면 전셋값 하락에 따른 역전세로 보증금을 못 받은 사례도 지원 대상이 될 수도 있어 여섯 가지로 요건을 강화한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일부 기준은 주관적인 판단 영역이라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별법과 전세사기 단속 강화 등 역대급 종합 대책이 나왔지만 전세제도 자체의 보증금 리스크가 존재하는 만큼 이를 방지할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전세 보증금 에스크로 계좌 도입이다. 예를 들면 세입자가 전세금을 바로 집주인한테 주는 것이 아니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에 입금하면 전세금의 70%만 집주인에게 주고 나머지 30%는 HUG가 보관하는 방식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에스크로 계좌를 활용하면 세입자의 일부 전세금을 지킬 수 있고 집주인의 갭투자도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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