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산역 모퉁이를 돌자 곧바로 ‘2023 군포철쭉축제’의 본산 철쭉동산이었다. 2만㎡ 면적의 언덕에 식재된 약 22만 그루의 철쭉이 28일 오후 영상 20도 안팎의 따뜻한 기온에 고무된 듯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었다. 다 자란 철쭉은 그루당 100개 이상의 꽃을 피운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날 동산에는 2200만 이상의 꽃송이가 만발한 셈이다. 자산홍, 영산홍, 산철쭉, 백철쭉 순(順으)로 많았다. 자산홍이 내뿜는 연분홍 빛깔이 가장 눈에 많이 들어왔다.
철쭉동산 건너편 도장중학교 교문 앞에서 바라보면 연분홍빛 물결이 축제 개막식 무대에서 시작해 언덕 위쪽으로 굽이치고 있었다. 철쭉은 1km 떨어진 초막골생태공원으로 향하는 산길 양옆으로 세를 넓혀가고 있었다. 굽이치는 곳마다 꽃잎을 한 움큼씩 떨어뜨리면서도 전진하고 있었다. 축제를 안내하는 사람들이 이른 개화를 아쉬워했지만 아직 피지 못한 꽃봉오리가 지천이었다.
코로나펜데믹 이후 4년 만에 열리는 이번 축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호응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직업군인 출신이라는 유준환씨(60)는 군포재향군인회 소개로 이날 아내와 함께 군포를 찾았다고 했다. 도시 입구서부터 활짝 핀 철쭉에 눈을 뗄 수 없었다는 유씨는 모델처럼 꽃길을 걷는 아내의 모습을 휴대전화로 찍기 바빴다.
유씨는 “안산에 살면서 수리산 등산하러 자주 다녔지만 곁눈질만 했었는데 오늘 직접 와서 보니 공기도 맑고 꽃이 깜짝 놀랄 정도로 아름답다”고 말했다.
친구 세 명과 함께 놀러왔다는 이모(25.여)씨는 “봄이면 친구들과 꽃놀이를 가곤 했는데 군포철쭉축제가 유명하다고 해서 와봤다”며 “코스도 좋고, 예쁘게 잘 가꿔 놓은 것 같아서 사진찍기 너무 좋다”고 말했다.
서울과 수원에서 각각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는 A(33)씨와 B(34.여)씨. 연애 2년차인 이들은 경치 좋은 곳을 여행하며 사랑을 키워오고 있다고 했다. 둘 다 꽃을 좋아해 모처럼 휴가를 내어 김포를 찾았다고. A씨는 “군포에 사는 선배의 권유를 왔는데, 다른 꽃축제에 비해 규모가 너머 커서 보자마자 우와, 하는 감탄사가 나왔다”고 말했다.
군포에 사는 시민들이 갖는 자부심은 커 보였다.
부곡동에 사는 김학준(42)씨는 5살 아이를 둔 공통점을 가진 동네친구들과 이날 모임을 만들어 꽃구경을 왔단다.
김씨는 “코로나 이후 처음 애기들을 데리고 왔다”며 “군포는 철쭉나라다. 가족이 함께 오면 초막골생태공원 캠핑장에서 즐길 수 있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국수나 우동 같은 먹을거리도 맛있다”고 말했다.
산본 신도시가 세워질 당시 군포로 이사와 올해 82세가 됐다는 한 할머니는 딸과 손자의 손을 붙잡고 천천히 꽃길을 걸었다. 연로한 탓에 코로나19감염을 염려한 듯 마스크를 썼지만 모처럼 만의 꽃구경에 연신 눈웃음을 지었다.
할머니는 “30년 가까이 살면서 먹고살기 바빠 철쭉축제를 한 번도 와보지 못했다”면서도 “젊어서는 아이들과 창경원 철쭉축제도 가곤했는데 이제 늙어서 언제 또 이 좋은 꽃구경을 해보나 싶어 아이들 손 붙들고 오늘 와봤다. 누구나 와 볼만하다”고 말했다.
군포철쭉축제는 이날 오후 7시 철쭉동산 특설무대에서 열린 개막식을 시작으로 30일까지 사흘간 치러진다.
철쭉동산 외에도 축제의 장은 넓다. 인근 초막골생태공원에서는 생태정원과 연못, 봄꽃들이 방문객을 기다린다. 산본로데오거리에서는 지역 소상공인들이 준비한 바자회와 상설 공연이 마련됐다. 축제기간 철쭉동산 앞 8차선 도로는 차 없는 거리로 운영된다. '노차로드'라고 이름 붙인 이 거리에서 지역상품 전시하고 판매하는 '군포의 멋'과 군포도자협회와 연계한 도자문화축제가 열린다. 먹거리 장터 '군포의 맛'도 빼놓을 수 없다.
4년 전 2019년 축제를 찾은 시민은 약 27만명. 군포시는 올해는 엔데믹 특수를 기대하며 30만명을 목표치로 내걸었다.
하은호 군포시장은 “꽃을 매개로 함께 만드는 시민 행복이 철쭉축제의 핵심이다. 철쭉의 꽃말은 '사랑의 기쁨'이다. 잠깐의 행복을 누리시라. 전철 타고 군포 수리산역에 내리시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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