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에 홀의 직경은 4.25인치(108mm)여야 한다고 정해져 있다. 또한 그 깊이는 4인치(101.6mm) 이상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홀의 크기는 언제, 어디에서 유래했을까. 108mm가 불교의 ‘108번뇌’를 연상시키기에 혹시 동양에서 역수출된 건 아닐까. 아니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인근 머셀버러 올드 코스의 홀 크기가 오늘날 표준이 됐다.
불과 130년 전만 해도 홀의 크기는 골프장마다 조금씩 달랐다. 그러던 차에 1893년 스코틀랜드의 로열 앤드 에이션트 골프클럽이 머셀버러 올드 코스의 홀 직경을 표준으로 채택했다. 머셀버러 올드 코스는 경마장 안에 들어선 작은 코스인데 왜 그곳이 표준이 됐을까?
머셀버러가 지금이야 쇠락한 9홀 규모의 작은 코스에 불과하지만 20세기 전만 하더라도 스코틀랜드에서 힘깨나 쓰는 골퍼들이 이용하던 곳이었다. 최초의 룰을 만든 오너러블 컴퍼니 오브 에든버러 골퍼스(The Honourable Company of Edinburgh Golfers)가 한때(1836~1891년) 머셀버러를 홈 코스로 삼았고, 초창기 디 오픈은 프레스트윅과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 그리고 머셀버러를 순회하며 열렸다. 전성기 시절 머셀버러에는 골프채와 볼을 만드는 장인들도 모여 살았다. 그곳에서는 1829년부터 홀을 뚫을 때 배관 파이프를 개조해 이용했는데 그게 널리 퍼지면서 업계 표준이 된 것이다. 당시 배관 파이프의 직경이 4.25인치였다.
홀과 관련된 또 하나의 규정이 있다. 홀 안에 원통을 사용하는 경우 원통은 반드시 퍼팅그린의 표면에서 적어도 1인치(25.4mm) 아래 묻혀야 한다는 것이다. 간혹 홀인원이나 이글 샷이 곧장 홀 벽을 무너뜨리면서 들어가는 걸 볼 수 있는데 이때 원통이 퍼팅그린 가까이 있으면 볼이 튕겨 나갈 수도 있다. 이런 걸 방지하기 위해 1인치 이상 아래로 묻혀야 한다는 규정을 둔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