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부채한도 증액 협상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초유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태가 현실화될 경우 대규모 실업을 비롯한 심각한 경제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는 3일(현지 시간) 보고서에서 “디폴트가 단기간에 발생하더라도 5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실업률이 0.3%포인트 오르고 연간 국내총생산(GDP)은 0.6% 감소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CEA는 이어 “디폴트가 1개 분기 동안 지속될 경우 증시가 45% 급락하고 GDP는 6.1% 감소하며 최소 830만 개의 일자리가 증발해 실업률이 5%포인트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6월 1일까지 미국 의회가 부채한도를 상향하지 않을 경우 디폴트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미국 부채한도 협상은 연방 예산 삭감을 조건으로 내건 공화당과 조건 없이 상향하려는 조 바이든 행정부 간 대치로 난항을 겪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공공 분야 투자를 미루고 정부 보유 현금을 활용하는 특별 조치 등으로 디폴트를 피하고 있다. CEA는 “현재의 ‘벼랑 끝 전술’만으로도 경제에 큰 타격이 올 수 있다”며 “우리는 이미 부채 상한 관련 긴장 상태가 시장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미국 사상 최초로 디폴트가 발생하면 정부의 경기 대응책도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로 사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날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디폴트 발생 시) 우리는 미지의 영역에 들어설 것”이라며 “연준이 그때 미국 경제와 금융 시스템을 정말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앞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역시 “6월 초에는 모든 정부 지출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해결을 촉구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9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을 비롯한 여야 지도부와 회동해 부채한도 관련 논의를 벌일 예정이다. 그러나 외신들은 협상 타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는 “교착 상태가 이달까지 지속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협상에 실패할 경우 수정헌법 14조를 근거로 의회 승인 없이 부채한도를 상향하는 비상 조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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