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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in JIFF] 김성웅·마츠이 카즈에 "일본 사법제도의 허점, 한국 관객들이 알아줬으면"

김성웅, 마츠이 카즈에 /사진=전주국제영화제




김성웅 감독과 마츠이 카즈에 홍보 담당자가 '사쿠라이 쇼지씨의 어떤 기념일'으로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지난달 29일 전주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사쿠라이 쇼지씨의 어떤 기념일'의 감독인 김성웅 감독과 홍보물 비주얼 담당자인 마츠이 카즈에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사쿠라이 쇼지 씨의 어떤 기념일'(감독 김성웅)은 1967년 발생한 강도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체포된 후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후 29년간 복역했지만 재심 신청을 통해 2011년 무죄 판결을 받은 사쿠라이 쇼지의 억울했던 지난날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2021년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재판에서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2019년 말기 암 판정을 받아 힘든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그의 인생을 나열하며 일본 사법제도를 지적한다.

영화 '사쿠라이 쇼지씨의 어떤 기념일' 스틸 /사진=전주국제영화제


'사쿠라이 쇼지씨의 어떤 기념일'을 연출한 김성웅 감독은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가장 큰 교포 커뮤니티가 존재하는 츠루하시에서 여섯 형제 중 막내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는 자신의 삶이 교포로서 삐뚤어지고 굴절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츠루하시는 바람직한 재일 교포상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교포이니까 김치를 먹어야 한다거나 한국어를 잘 해야 한다고 들을 때 위화감을 많이 느끼곤 했다. 젊었을 때 외국에 나갈 때 한국 국적의 여권을 들고나갔지만 한국어를 잘 못하니 콤플렉스가 있었다. '한국어를 왜 못하냐'고 들을 때 한편으로는 반성이 되다가도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들어야 하나 생각했다."

하지만 김성웅 감독에게 교포로서의 삶은 영화라는 수단을 만나게 된 계기가 됐다. "복잡한 재일교포들의 사회를 영화화해서 풀어내면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회상하던 그는 처음 원죄라는 주제를 영화화시킨다는 생각을 시작했던 때를 떠올렸다.

"영화계로 들어오긴 했는데 일을 시작하고 나니 재일교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기보다는 먹고살기 위해 생업에 뛰어들어야 했다. 재일교포와 상관없는 PR, 매체 관련 일을 했다. 그러기에 '사쿠라이 쇼지씨의 어떤 기념일' 또한 처음부터 원죄를 테마로 찍고자 한 것은 아니었다. 1963년에 일어났던 사야마 사건이라는 살인 사건이 있었고 영화가 아닌 업무차 인터뷰를 갔는데 무고하게 감옥에 들어간 이시카와 카즈오를 만났다. 그와 그의 아내를 만났는데 굉장히 매력적인 분이다. 이분들 인터뷰를 10~15분 정도 정리하는 것이 일이었는데 세간에서는 살인범이라 낙인이 찍혀 만나기 전에는 무섭고 어두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만나고 보니 실제로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전작 '보이지 않는 수갑'을 만들었다. 저널리스트가 아니고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기에 사건의 진상을 해명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영화 '사쿠라이 쇼지씨의 어떤 기념일' 스틸 /사진=전주국제영화제


김성웅 감독은 이후 원죄를 안은 피해자들을 만나 영화를 만들어왔다. '사쿠라이 쇼지씨의 어떤 기념일'은 그가 원죄를 소재로 만든 네 번째 작품이었다. '사쿠라이 쇼지씨의 어떤 기념일'은 사쿠라이 쇼지의 불행한 모습만을 내세운 작품은 아니다. 포스터 비주얼 작업을 맡은 마츠이 카즈에는 어두운 무게를 덜어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더했다.

"김성웅 감독과 작업한 이후 처음으로 일러스트를 사용한 포스터를 만들었다. 사쿠라이 쇼지가 감옥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담긴 포스터를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원죄가 가진 무거운 부분을 밝게 바꾸고 싶었다. 영화를 보면 고양이가 나온다. 그것을 소재로 고양이 일러스트를 넣었고 밝은 색깔을 넣기도 했다."

더불어 김성웅은 "사쿠라이 씨가 괴로움을 표면적으로 전면에 보이면 타인에게 전달이 잘 안될 것이라고 했다. 오히려 밝고 즐겁게 하는 것이 오히려 전달이 잘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사쿠라이 씨의 방식이다. 자신의 어둡고 괴로운 부분을 우리에게도 잘 보여주지 않는다. 원죄를 풀기 위해서 앞을 바라봐야 하기에 밝게 행동은 하시지만 이면에 슬픔이 있는 것 같다"며 그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전주국제영화제에 이번 작품이 초대됐다는 소식에 사쿠라이 쇼지는 암 투병 중임에도 불구하고 김성웅 감독에게 기쁜 마음을 전했다. 사쿠라이 쇼지는 전 세계에 원죄에 대한 이야기가 알려졌으면 했다. 그를 대신해 김성웅 감독은 "영화제에 같이 오고 싶었는데 암 때문에 투병 중인데 통증이 심해서 같이 오지 못했다. 어제 메일로 연락이 왔는데 영화 소개를 많이 해달라고 부탁하셨다. 일본 사회 내에서는 이런 사건에 대한 관심이 낮다. 영화가 유명해져서 해외의 반응이 일본에 전달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영화 '사쿠라이 쇼지씨의 어떤 기념일' 스틸 /사진=전주국제영화제


한국에도 누명을 쓰고 잡힌 용의자가 22년 만에 진범이 아니라는 판결을 받았던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 기사 살인사건'처럼 사법 제도의 허술함을 드러내는 사건들이 존재한다. 사법제도의 허점은 비단 한국만의 일이 아닌 것이다.

이에 대해 마츠이 카즈에는 "한국과 일본의 사법제도의 차이는 잘 알지 못하지만 일본사법제도의 허점을 한국 관객들이 알아줬으면 한다. 어제 상영했는데 젊은 관객층을 만나서 놀랐다. 누군가 사법 제도에 대해 한국 관객들도 관심이 있을 것이라고 말해준 것에 대해 납득이 됐다"고 말했다.

김성웅 감독은 "원죄는 무고한 사람들을 위험에 빠지게 한다. 경찰도 검찰도 법원도 문제다. 나를 포함해서 이 상황을 용인하고 있는 사회도 문제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앞을 보고 똑바로 나아가는 밝은 피해자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제도에 관한 이야기보다도 이런 사람들이 부조리한 상황들을 받아들여 가면서 어떻게 삶의 방식을 짊어지고 가는지 관객들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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