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이은 정상회담으로 복원되고 있는 한일 관계와 동맹 70주년을 맞은 한미 관계를 뒷받침하기 위한 의회 외교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양국 정치권이 각각 자국 내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혀 모처럼 복원된 한일 셔틀외교의 성과를 뒷받침하지 않는다면 양국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 특히 독도 문제, 일본 후쿠시마 원전수 오염 문제 등으로 놓고 양국의 정치권이 각각 반일·혐한 감정을 자극해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 이용하려는 행태부터 자제해야 한다는 정치 전문가들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방한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의원연맹 소속 여야 의원들의 면담이 8일 진행될 예정이다. 기시다 총리는 앞서 면담에 연맹 소속 정진석·김석기·성일종 국민의힘 의원과 윤호중·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회장인 정 의원과 간사장인 윤 의원의 참석이 확정됐다. 1972년 설립된 한일의원연맹은 올해 4월 말 기준 여야 의원 163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국내 최대 의원 외교 단체다. 이번 기시다 접견을 계기로 한일의원연맹 등의 활동이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국내 정치권에서는 대일 외교 문제에 대한 여야의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글을 올려 대일 외교를 “간도 쓸개도 다 내주고 뒤통수를 맞는 굴욕 외교, 국격을 훼손하는 호갱 외교, 더는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격했다. 그러자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일본에 대한 콤플렉스와 반일 감정을 끝없이 유지하라는 ‘대국민 가스라이팅’을 하고 있다”며 “제1야당이 ‘우물 안 개구리’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야말로 굴욕적 모습”이라고 반박했다.
이러한 여야의 대립에 대해 장달중 서울대 명예교수는 “양 진영이 이런 식으로 할수록 양 진영 모두에 실망하는 부동층이 늘어나기 때문에 결국은 정쟁을 멈추기 위해 서로가 합의나 양보를 해야 할 시점이 다가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에서도 한일 관계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시도가 적지 않다. 에토 세이시로 자민당 중의원 의원은 지난해 8월 한일의원연맹 합동간사회의에서 “일본은 한국에 어떤 의미에서는 형님과 같은 존재"라고 망언을 해 논란을 샀다. 고바야시 다카토라 자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장례 문제와 관련해 “국장에 반대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여론 발신지의 8할은 옆 나라와 대륙 사람들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고 주장하며 혐한 여론을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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