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이 주로 찾는 인터넷 포털 디시인사이드의 ‘우울증 갤러리’가 자살 방조와 성착취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이미 수년 전부터 범죄의 온상으로 자리잡아 최근 가해자들이 잇따라 유죄 판결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해당 사이트의 문제를 인지하고 임시 폐쇄를 요청했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이를 보류하면서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7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21년부터 약 2년 동안 우울증 갤러리를 포함한 디시인사이드 이용자들이 성범죄와 자살 방조를 저질러 재판에 넘겨진 사건은 8건이었다. 8건 중 7건이 성범죄였고 이 중 피해자가 아동·청소년 등 미성년자였던 경우도 3건으로 조사됐다. 우울 증 갤러리 내에서 발생한 범죄는 5건을 차지했다.
본지가 입수한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우울증 갤러리에서 오프라인 친목모임 ‘신림팸’을 이끌던 20대 여성 임 모 씨는 지난달 21일 성범죄 혐의로 징역 1년을 받고 구속됐다. 임 씨는 우울증 갤러리를 통해 만난 남성에게 접근한 뒤 그의 신체 일부를 찍어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임 씨는 또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있는 주거지 등에서 우울증 갤러리 이용자들과 함께 술과 수면유도제 등을 함께 복용하는 방식으로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이용자들은 임 씨의 집으로 미성년자 여성을 초대해 대마초 등 다른 마약을 권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여학생들이 성폭행을 당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10대 여중생에게 유사 성행위를 시켜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었다. 남성 A 씨는 당시 14세였던 피해자 B 양에게 접근해 신상 정보와 사진을 받아낸 뒤 이를 퍼뜨리겠다며 협박해 B 양을 유인했다. 이후 A 씨는 B 양의 주거지 근처에서 피해자를 폭행·협박해 강제로 B 양의 몸을 만지고 유사 성행위를 강요했다. 법원은 A 씨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우울증 갤러리 내에서 자살을 방조하는 범죄도 잇따르고 있다. 수원지법 안산지원은 지난해 8월 동반으로 극단적 선택을 모의한 20대 남성 문모 씨에 대해 자살방조 혐의로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당시 문 씨는 C씨와 대전에서 만나 우울증 약을 복용한 뒤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로 약속했으나 C씨만 실행에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
어린이날인 지난 5일에는 10대 여학생 두 명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과정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생중계되기도 했다. 경찰이 출동해 두 학생 모두 보호자에게 무사히 인계마면서 사건이 일단락 됐지만 당시 성인 남성 3명이 이 과정을 지켜보고 극단적 선택을 부추긴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우울증 갤러리가 각종 범죄의 온상으로 변질되고 있지만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 경찰이 올 4월 10대 여학생의 투신 사건 이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우울증 갤러리 폐쇄를 건의했지만 방심위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뒤 결정하겠다”며 의결을 보류해왔다. 전체 게시글 중 범죄와 관련된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지만 방심위가 판단을 미룬 사이 극단적 선택은 또 다시 발생했다.
한편 경찰은 우울증 갤러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해당 커뮤니티 내에서 발생한 사건 조사를 위해 형사·여성청소년·사이버 등 자살 예방 관련 부서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범죄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서울 동작경찰서도 지난달 27일 우울증 갤러리 내 친목 모임인 신대방팸 구성원 4명에 대해 미성년자 의제 강간 등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해당 사이트에서 범죄에 연루된 의혹이 있는 대상자를 특정해 관련 수사를 진행 중에 있다”며 “직접적으로 범죄를 저지르기보다 이를 방조하고 독려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 탓에 어려움이 있지만 관련 법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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