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전세계약이 종료되는 수도권 소재 빌라 10채 중 1채 이상은 ‘깡통전세’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본격적인 부동산 침체기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가운데 급등기에 체결된 전세계약의 종료 시점이 돌아오는 내년 상반기까지 깡통전세는 물론 역전세도 대폭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4일 서울경제가 공간 인공지능(AI) 기업인 빅밸류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2021년 5월 수도권에서 체결된 아파트·빌라·오피스텔 전세 계약 4만3033건 중 6.3%(2706건)의 전세 보증금이 현재 매매가를 웃도는 ‘깡통전세’일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1년 실제 보증금과 빅밸류가 자체 AI를 이용해 산출한 현 시세를 기준으로 산정했다.
유형별로는 오피스텔의 상황이 가장 심각했다. 오피스텔의 경우 전체(5076건) 중 13.5%(683건)의 전세가율이 100%를 웃돌 것으로 추산됐다. 빌라(연립·다세대)는 전체(1만715건)의 11.5%(1229건)가, 아파트는 전체(2만7242건)의 2.9%(794건)가 깡통전세일 것으로 추정됐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오피스텔은 빌라와 함께 아파트의 대체제로 주목 받으면서 부동산 호황기 시절 가격이 상승했지만 침체기에는 아파트보다 더 크게 가격이 하락한 상황"이라며 "오피스텔은 빌라보다 전세가율이 높아 깡통전세가 될 가능성이 더욱 높다"고 설명했다.
지역별로는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가장 많은 깡통전세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 2021년 5월 화곡동에서 체결된 전세 계약은 688건이었는데, 그 중 151건이 깡통전세일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유형별로는 빌라가 129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아파트(16건)와 오피스텔(6건) 순이었다. 화곡동은 지난해 말부터 줄곧 전세사기와 깡통전세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대표 지역이다. 이어 인천 부평구 부평동이 57건이었으며, 서울 강서구 등촌동과 경기도 하남시 망월동이 각각 47건,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이 43건, 서울 양천구 신월동이 37건으로 뒤를 이었다. 다만 화곡동과 주안동, 신월동에서는 깡통전세 대부분이 빌라로 추정된 반면, 부평동과 등촌동, 망월동은 오피스텔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깡통전세가 심각해지면서 세입자가 경매를 통해 낙찰 받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 들어 세입자가 경매에서 낙찰받은 건수는 수도권 기준 89건(4월 24일 기준)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4월 낙찰 건수가 42건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두 배 이상 급증한 셈이다. 지역별로는 인천이 1건에서 20건으로 폭증했으며, 서울이 24건에서 40건, 경기가 17건에서 29건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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