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힘입어 날개를 단 미국의 재생에너지 개발 사업이 지역사회의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향후 10년간 3조 달러(약 3972조 원) 규모의 관련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정작 지역에서는 개발로 인한 생활터전 변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모양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재생에너지 개발이 집중되고 있는 미국 내 일부 지역에서 개발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캔자스주는 기존 18개 카운티에 더해 최근 5개 카운티가 신규 태양광·풍력 사업 중단 및 금지 조치를 취했다. 이 지역에서는 전체 전력 생산의 45%가 풍력 발전에서 나올 정도로 재생에너지 개발이 활성화돼 있지만 이 같은 움직임으로 지난해 신규 재생에너지 개발이 다른 주에 비해 뒤처졌다고 WSJ는 전했다. 풍력발전용량이 텍사스주 다음으로 많은 아이오와주는 99개 카운티 중 16곳에서 신규 사업을 막는 규정을 도입했다. 특히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4년 사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문제는 IRA가 지난해 8월 발효되면서 천문학적인 규모의 재생에너지 개발 사업이 각지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IRA의 세제 혜택과 대출로 향후 10년간 증가할 수 있는 잠재적 민간 투자액은 재생에너지 분야에서만 9000억 달러, 배터리 저장 분야는 1000억 달러에 달한다. 여기에 탄소 포집, 전기차 등을 더하면 민간 부문과 공공 지출의 총액은 최대 3조 달러에 이를 수 있다. 기업들은 IRA 통과 후 재생에너지와 배터리 저장시설에 총 15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은 재생에너지 개발이 물밀듯이 진행됨에 따라 생활환경이 급변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WSJ는 자연환경 파괴, 소음 및 야간 불빛 발생에 대한 우려뿐 아니라 해당 지역사회에서 생산된 전기가 다른 주로 송전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사라 밀스 미시간대 지속가능성연구소 연구원은 미시간주의 태양광 개발 프로젝트 면적이 한때 60에이커에 불과했지만 향후 1200에이커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사업이 지역사회에서 받아들여지려면 면적이 더 작고, 보상 규모는 더 커야 한다고 제언했다. WSJ는 "기업들과 전문가들은 프로젝트들이 결국 진행될 것이라고 보지만, (지역사회 반발로 인해) 사업이 예상보다 더 오래 걸리고 비용도 더 많이 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