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골프 메이저 대회 US 오픈 예선전에서 62타를 치고도 탈락한 참가자가 나왔다. 어떤 사연일까.
10일 미국 골프위크 등 외신에 따르면 일리노이대 졸업반인 토미 쿨은 9일 미국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의 일리니CC에서 열린 US 오픈 지역 예선에서 62타의 코스 레코드를 작성하면서 최종 예선 진출을 예약했다.
하지만 쿨은 경기 후 얼마 뒤 경기 위원에게 찾아가 돌연 실격을 요청했다. 룰 위반을 자진 신고하고 실격 처리된 것이다.
자신의 경기를 마치고 친구와 함께 또 다른 친구의 남은 경기를 지켜보던 쿨은 “그린이 에어레이션 마크로 뒤덮여 있어서 하루 종일 퍼트에 애를 먹었지 뭐야, 안 그래?”라는 친구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에어레이션 마크를 무심결에 수차례 수리하면서 경기한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쿨은 “순간 속이 뒤집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러면서 경기 위원한테 마크 수리 사실을 말하지 않으면 편히 잠잘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그렇게 쿨은 안타깝지만 실격되고 말았다.
한 경기 위원은 “수리해도 문제없다고 로컬 룰로 정해 놓고 경기하지 않은 이상 실격은 되돌릴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쿨은 “룰에 대해 좀 더 잘 알았어야 했다”며 아쉬워했다.
에어레이션 마크 또는 에어레이션 홀은 그린의 습기를 제거하고 잘 마를 수 있게 환기를 돕는 코스 관리 작업 중에 생긴다. 메이저 대회의 중요한 예선을 구멍이 숭숭 뚫린 코스에서 치렀으니 그 자체로 아쉬운 부분일 수도 있다.
‘깃대 꽂은 채 퍼트’를 허용한 2019년의 골프 룰은 피치 마크와 스파이크 마크, 동물이 낸 흔적 등 대부분의 그린 잔디 손상을 경기 중 수리할 수 있게도 했지만 에어레이션 마크는 그 ‘대부분’에 포함되지 않았다. 수리하면 룰 위반이 된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는 “쿨이 꿈꾸던 (다음 달 US 오픈 개최지인) 로스앤젤레스CC 입성은 물거품이 됐지만 양심의 가책으로 인해 악몽을 꿀 일은 없을 것”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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