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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 위반 셀프 신고…62타 치고 탈락한 '쿨'

◆US 오픈 예선전

'에어레이션 마크' 무심결에 수리

코스레코드 세웠지만 실격 처리

골프 코스 그린의 에어레이션 마크. USGA그린섹션 트위터




남자골프 메이저 대회 US 오픈 예선전에서 62타를 치고도 탈락한 참가자가 나왔다. 어떤 사연일까.

10일 미국 골프위크 등 외신에 따르면 일리노이대 졸업반인 토미 쿨은 9일 미국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의 일리니CC에서 열린 US 오픈 지역 예선에서 62타의 코스 레코드를 작성하면서 최종 예선 진출을 예약했다.

하지만 쿨은 경기 후 얼마 뒤 경기 위원에게 찾아가 돌연 실격을 요청했다. 룰 위반을 자진 신고하고 실격 처리된 것이다.

자신의 경기를 마치고 친구와 함께 또 다른 친구의 남은 경기를 지켜보던 쿨은 “그린이 에어레이션 마크로 뒤덮여 있어서 하루 종일 퍼트에 애를 먹었지 뭐야, 안 그래?”라는 친구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에어레이션 마크를 무심결에 수차례 수리하면서 경기한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쿨은 “순간 속이 뒤집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러면서 경기 위원한테 마크 수리 사실을 말하지 않으면 편히 잠잘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그렇게 쿨은 안타깝지만 실격되고 말았다.

한 경기 위원은 “수리해도 문제없다고 로컬 룰로 정해 놓고 경기하지 않은 이상 실격은 되돌릴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쿨은 “룰에 대해 좀 더 잘 알았어야 했다”며 아쉬워했다.

에어레이션 마크 또는 에어레이션 홀은 그린의 습기를 제거하고 잘 마를 수 있게 환기를 돕는 코스 관리 작업 중에 생긴다. 메이저 대회의 중요한 예선을 구멍이 숭숭 뚫린 코스에서 치렀으니 그 자체로 아쉬운 부분일 수도 있다.

‘깃대 꽂은 채 퍼트’를 허용한 2019년의 골프 룰은 피치 마크와 스파이크 마크, 동물이 낸 흔적 등 대부분의 그린 잔디 손상을 경기 중 수리할 수 있게도 했지만 에어레이션 마크는 그 ‘대부분’에 포함되지 않았다. 수리하면 룰 위반이 된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는 “쿨이 꿈꾸던 (다음 달 US 오픈 개최지인) 로스앤젤레스CC 입성은 물거품이 됐지만 양심의 가책으로 인해 악몽을 꿀 일은 없을 것”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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