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는 복합적이고 종합적인 문제를 잘 해결하는 리더를 길러내야 하는데 지금의 대학 교육으로는 모자랍니다. 태재대가 국내 고등교육을 바꿀 척후병이 되겠습니다.”
염재호 태재대 총장은 11일 서울 종로구 원서동 태재대 캠퍼스에서 진행한 기자 간담회에서 “20세기 교육은 모든 전공을 잘게 쪼개 효율성을 높이는 대량생산 체제 방식이었지만 이제 그런 역할은 인공지능(AI)이나 컴퓨터가 더 잘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며 비판적·창의적 인재를 육성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올 9월 문을 여는 태재대는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이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 출연한 사재 3000억 원을 바탕으로 설립되는 4년제 사이버대다. 미국의 벤처사업가 벤 넬슨이 2014년 설립한 미네르바대를 벤치마킹해 ‘한국판 미네르바대’라고도 불린다. 미네르바대와 같이 한국을 비롯해 미국 뉴욕, 중국 홍콩, 일본 도쿄, 러시아 모스크바 등 글로벌 도시에서 각각 1학기씩 체류하며 현장 경험 학습을 진행한다.
한국에서는 서울 중심가에 기숙사를 세울 계획이며 당분간은 호텔 스위트룸에서 기숙사 생활을 한다. 다양한 활동과 관계 형성을 위해 세계 최대 메타버스 기업과 메타버스 캠퍼스도 개발 중이다. 입학 정원은 한국인 100명, 외국인 100명 등 200명이다. 단일 학부(혁신기초학부)로 입학해 2학년부터 인문사회학부, 자연과학부, 데이터과학과 인공지능학부, 비즈니스혁신학부 4개 전공 중 하나를 선택해 배운다.
태재대의 교육 방식은 ‘주입식 대형 강의’ 일색인 기존 대학과는 확연히 다르다. 모든 강의는 온라인을 바탕으로 20명 이하 소규모로 진행되며 문제해결형 토론과 프로젝트형 수업이 주를 이룬다. 교수의 지식 전달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업 시간 100분 중 교수가 8분 이상 말하면 경고가 주어지는 시스템도 도입했다.
염 총장은 “비판적·창의적 사고와 자기 주도 학습, 소통과 협업 능력, 공감, 글로벌 화합 등 미래 리더로서의 역량을 기르게 된다”며 “고대 논리학·윤리학과 같이 객관적 사실을 연결해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훈련시키는 데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교수의 테뉴어(정년 보장)를 없애고 3년 계약제로 운영하는 것도 국내 대학에서는 보기 힘든 파격적인 행보다. 오로지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수 있는 있는 교수를 뽑기 위한 취지다. 염 총장은 “테뉴어 시스템은 학문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현재는 안주하기 위한 것처럼 보인다”며 “정말 잘 가르치고 열정이 있으면 80~90세가 돼도 계약직으로 뽑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수진은 스탠퍼드·케임브리지대 등 세계 유수 대학 출신들로 꾸렸다. 미국에서 교수 모집 공고를 했는데 191명이나 몰릴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하버드·예일·시카고대 교수들도 겸임교수로 참여하며 필즈상을 받은 수학자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와 예일대 최초 아시아인 학장인 천명우 심리학과 교수 등 세계 석학들의 특강도 제공된다.
미네르바대를 넘어 4~5년 내로 학생들이 해외 주요 명문대 대신 태재대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게 염 총장의 목표다. 염 총장은 “미네르바대가 먼저 걸어간 길을 참고는 했지만 태재대는 미네르바대를 뛰어넘는 대학으로 가고 있다”며 “하버드대나 스탠포드대보다 태재대에 오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도록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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