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만 추구하던 자본주의로 금융위기나 양극화 등 많은 사회 갈등이 불거지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본주의가 스스로 자기 진화를 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기업이 실행하고 있는 ESG는 일종의 말장난(레토릭)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네요. 진짜 착한 기업을 꿈꾼다면 ESG의 설계와 실행 모두가 지금과는 달라져야 합니다.”
최근 출간된 ‘착한 자본의 탄생’의 저자 김경식 ESG네트워크 대표는 1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업이 이윤이 아닌 인간을 중심으로 두고 지역사회 및 이해관계자와 공생하는 선택을 할 때 진정한 ESG가 실현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대제철 임원 출신으로 30년 넘게 ‘철강인’으로 살아온 저자는 지금 세계적인 화두가 된 ‘ESG 경영’에 대해 실무 경험과 이론적 지식을 두루 겸비한 전문가로 꼽힌다. 탄소 배출이 많은 제철 분야에 오래 몸담아오며 쌓아온 구체적인 실전 경험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김 대표는 “사회보장이나 지배구조 이슈에서 이미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한 서구 유럽 국가들은 ESG 가운데 환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역시 환경 위주로 정책이 짜여지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이런 형태의 ESG는 자본주의 진화 과정에서 목표했던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꼬집었다. 그는 “ESG의 경우 용어 자체는 최근에 나왔지만 주요 활동들을 살펴보면 결국 과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던 CSR이나 기업이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가치 창출을 독려했던 CSV와 궤를 함께한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우리 사회에 진정한 ESG 문화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업뿐 아니라 정부와 시민단체 등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기업은 결국 이윤을 추구할 수밖에 없기에 ESG가 제대로 지켜지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견제가 필요하다”며 “기업은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공론장을 열어주고 시민 역시 적극 참여해 ESG를 잘 실천하고 있는 기업은 독려하고 아닌 기업은 견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출판된 ‘착한 자본의 탄생’에서 그는 250여 년 전 산업혁명을 계기로 발화한 자본주의의 뿌리로 거슬러 올라 ESG의 본질을 탐구했다. 왜 한국에서 ESG 평가가 유독 E(환경)에 집중돼 있는지, 재생에너지 난제가 전력 시장 개방으로 어떻게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탄소 중립과 RE100, 수소경제로의 전환은 얼마나 실현 가능한 의제인지 등을 분석했다.
김 대표는 “ESG와 관련된 수십 권의 책이 나왔지만 기업 현장의 관점에서 철저하게 경험에 기초한 논리로 어떻게 ESG를 적용할까를 고민한 결과물은 이 책이 처음일 것”이라며 ESG 경영에 고민하고 있는 기업인들에게 도움이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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