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가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항해 프랑스의 친환경 기술 투자를 촉진하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녹색산업법’을 추진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1일(현지 시간) 정·재계 인사들을 엘리제궁으로 초청해 프랑스의 ‘재산업화’를 목표로 하는 녹색산업법의 윤곽을 공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재산업화는 경제적·정치적·지정학적 차원에서 프랑스를 통합하기 위한 핵심”이라며 “우리는 이를 가속화하고 더 멀리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녹색산업법은 배터리·히트펌프·태양광 패널·풍력터빈 등을 포함한 친환경 기술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담을 예정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내년 예산에 포함될 새로운 세액공제를 통해 “2030년까지 총 200억 유로(약 290조 원)의 민간 투자와 수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해당 법안은 아울러 프랑스에 공장을 신설하기 위해 거쳐야 할 절차를 간소화하고 관련 직업교육 및 훈련을 개선하는 데 7억 유로(약 1조 원)를 투자하는 내용도 포함한다.
전기자동차 구매 시 현금으로 최대 5000유로(약 730만 원)를 지원하는 현행 보조금 제도 역시 유럽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손본다. 전기차 보조금을 지원할 때 ‘탄소발자국’을 고려해 프랑스 소비자가 자국에서 생산된 전기차를 선호하도록 만든다는 방침이다. 탄소발자국은 특정 상품의 생산·소비·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측정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에서 생산한 배터리와 자동차는 탄소발자국이 좋기 때문에 (해당 법안의) 지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의 녹색산업법 추진은 사실상 미 IRA에 대응해 자국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은 “마크롱 정부는 프랑스가 4300억 달러(약 573조 원) 규모의 IRA에 의해 부양된 미국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친환경 기술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북미에서 생산되고 핵심 광물 및 배터리 기준을 충족한 전기차 등 친환경 사업에만 보조금 혜택을 제공하는 IRA가 유럽 내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라며 이에 대한 대응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이날 마크롱 대통령은 “(녹색산업법은) 프랑스의 장기화된 산업 침체를 되돌리기 위한 조치”라며 “이는 미 IRA와 경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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