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와 울산시의 숙원이었던 공공의료원 건립이 난항을 겪으면서 지역에서 반발 기류가 거세지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문턱을 넘지 못한 울산은 “지방의 열악한 의료 공백 현실을 중앙정부가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타 심사가 진행 중인 광주는 예타 면제 법안을 발의하는 등 우회로까지 마련해 총력 유치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14일 광주시와 울산시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 9일 울산시에 공공의료원 건립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통보했다. 광주시에는 심사가 마무리되는 7~8월경 결과를 통보할 예정이다.
광주와 울산은 전국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가운데 대전, 세종과 함께 지방의료원이 없는 곳이다. 대전에는 2026년 준공이 예정돼 있고 세종은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고 대전과 인접해 있다는 점에서 상황이 다른 상황이다. 앞서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열악한 의료 현실을 실감한 광주와 울산은 정부의 공공병원 확충 계획에 따라 2021년부터 공공의료원 건립을 추진했다.
광주시는 2021년 350병상 규모의 광주의료원 설립 부지를 서구 치평동 상무지구 도심융합특구에 건립한다는 계획 아래 조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 기획재정부에 예타 면제를 요구했다. 울산시 도 예정 부지를 확정하고 설계비로 국비 10억 원을 확보하는 등 500병상 규모의 의료원 설립을 위한 기초 준비를 진행했다.
하지만 기재부의 울산의료원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탈락 결정에 울산과 광주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우선 울산은 일단 규모를 축소해서라도 다시 공공의료원 유치를 밀어붙인다는 계획이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의료원 건립 무산 결정이 나자 “지방시대를 열겠다던 정부가 지방의 열악한 의료 현실을 철저히 외면한 것”이라며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번 타당성 평가에서 지역의 의료 낙후도, 공공의료의 균형 발전, 필수 의료 수행 여건 등이 경제성 논리에 밀려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김 시장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공공의료원 설립을 오직 경제성 중심으로 편협하게 평가한 것은 지방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다”며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겠다던 기존의 정부 입장과도 상반된다”고 반발했다.
울산시는 울산의료원을 기존 500병상에서 35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으로 축소해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350병상 규모로 예타 통과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300병상으로 줄이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또 현재 300병상으로 건립 중인 울산 산재전문 공공병원을 500병상 규모로 확대하는 방안도 별도로 추진하고 있다.
울산의 탈락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광주시는 기재부의 타당성 조사에 착실히 대응하되 정치권과 함께 예타 면제를 담은 법안 통과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광주 역시 비용 대비 편익(B/C)이 기준치를 넘기기 어려운 공공의료원 특성을 고려하면 울산의료원과 비슷한 결과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광주시의 한 관계자는 “공공병원 설립은 지역 주민의 건강과 생명을 중심으로 공공성과 지역성 등의 요소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사업”이라며 “단순히 경제성의 논리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국민 건강권 확보과 의료 공백 해소를 최우선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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