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165년 만에 중국에 블라디보스토크 항구 사용권을 내줬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에 통 큰 선물을 안기며 반(反)서방 연대를 강화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15일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 등에 따르면 중국 해관총서(세관)는 다음 달 1일부터 중국 지린성이 블라디보스토크항을 내륙 화물 교역 중계항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러시아의 사용 승인에 따라 중국은 남부 지역으로 화물을 운송할 때 드는 시간과 비용을 대폭 절감하게 됐다. 아울러 현지 매체들은 중국 동북부 지역에 투자와 사업을 유치하고 러시아 극동 지역과의 공급망 연계도 강화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과거에 중국 땅이었으나 러시아와 영토 분쟁을 겪으며 1858년부터 러시아에 넘어갔다. 그로 인해 중국은 헤이룽장성 및 지린성에서 생산된 지하자원·곡물 등을 운송하려면 인접한 블라디보스토크항이 아닌 육로로 1000㎞ 떨어진 랴오닝성 잉커우항이나 다롄항까지 옮겨야 했다.
2000년대 들어 중국은 극동 지역 내 주요 중계무역항의 필요성을 느껴 북한 나진항을 활용하려 했지만 유엔의 대북 제재에 막힌 상태다. 앞으로 블라디보스토크항이 나진항의 대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번 조치는 푸틴 대통령이 올해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국빈 초청해 정상회담을 연 후 실시된 호의적 조치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경제 제재를 받았고 이로 인해 중국 의존도가 급격히 높아졌다. 올해 1~4월 양국 교역 규모는 731억 5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1.3% 급증했다. 이처럼 늘어난 양국 교역 물량 중 상당량이 블라디보스토크항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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