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데 5시간이 걸렸지만 통영에서 서울까지 멀리 와서 공연하는 것도 새롭고 괜찮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13일 대통령실 앞 용산어린이정원에서 열린 ‘꿈의 오케스트라’ 공연에 앞서 이예서 오케스트라 단원은 이같이 말했다.
5년째 꿈의 오케스트라 통영을 이끌어오고 있는 황은석 음악감독은 “대통령 취임 1주년을 기념해서 시민들에게 처음으로 개방하는 어린이정원의 공연에 우리 오케스트라가 참석한다는 사실이 기쁘고 감사하다”면서 “앞으로도 아이들이 악기를 가지고 계속 봉사할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음을 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꿈의 오케스트라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사업으로 올해 13년 차를 맞았다. 주한 미군 기지로 활용되던 부지를 정비해 120년 만에 개방된 용산어린이정원에서 ‘엘 시스테마(베네수엘라의 오케스트라 중심 청소년 음악교육)’ 정신에 입각한 꿈의 오케스트라 공연이 열린 것이다. 아동·청소년이 오케스트라 합주 활동을 통해 자존감을 기르고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전국 49개 지역 2700여 명의 단원들이 꿈의 오케스트라에 속해 활동 중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꿈의 오케스트라 오산과 통영이 무대를 장식했다. 꿈의 오케스트라 오산은 드로브자크의 교향곡 8번 4악장과 글리에르의 호른 협주곡 1악장, 영화 ‘어벤저스’와 ‘캐리비안의 해적’ OST 메들리를 선보였다. 꿈의 오케스트라 오산은 호르니스트인 이석준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와 협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한예종에 입학한 최민서 꿈의 오케스트라 졸업단원이 이 교수의 제자가 된 인연에서다. 경기장애인부모연대 오산지부 산하 발달장애인 타악기 앙상블인 ‘은하수앙상블’도 무대에 올라 슈트라우스의 ‘라데츠키 행진곡’, 네케의 ‘크시코스의 우편마차’, 피아졸라의 ‘리베르탱고’를 연주하며 경쾌하게 타악기를 두드렸다.
꿈의 오케스트라 통영은 이와이 나오히로의 ‘디즈니 메들리’에 이어 김규린 통영시립소년소녀합창단원이 노래하는 고수진의 창작 동요 ‘바다비행사’를 들려줬다. 리로이 앤더슨의 ‘타자기 협주곡’을 연주한 이들은 베토벤의 교향곡 5번과 페레스 프라도의 맘보 5번을 합친 무대로 관객을 깜짝 놀래키기도 했다. 오케스트라 단원이 다 함께 “맘보!”라고 외치자 관객들 사이에서도 흥이 일었다.
이날 공연의 관객은 용산어린이정원을 찾은 방문객과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가족 18명 등 다문화가족·보훈가족 초청자로 구성됐다. 이들은 무대 앞 잔디밭에서 마련된 의자에 앉아 박수로 호응했다. 딸과 함께 공연을 관람한 임 모(37) 씨는 “용산어린이정원에 가족끼리 왔는데 소리가 들려서 공연을 보게 됐다”면서 “오케스트라가 열심히 연습한 만큼 즐겁게 관람하려 한다”고 밝혔다. 공연을 관람한 정하은(11) 양도 “‘캐리비안의 해적’ 무대가 좋았다. 앞으로 또 오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화합의 무대를 올린 꿈의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꿈의 오케스트라를 졸업했지만 이번 공연에서 트럼펫을 연주한 이성진(17) 군도 “원래 학생 때는 자기 지역을 벗어날 일이 거의 없는데 멀리까지 나와 연주할 때마다 좋은 추억이 되는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교육진흥원은 “지난 13년간 꿈의 오케스트라 사업으로 성장한 단원들이 이제는 다양한 지역사회 내 공연을 선사하는 기여자로 활동하고 있다”면서 “다음 달까지 꿈의 오케스트라가 소방서·공원·학교 등 다양한 곳에서 무대를 선보이는 ‘꿈의 향연’이 전국에서 펼쳐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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