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이혼 후 10여년 만에 만난 대학생 딸을 성추행하고 성폭행까지 시도했던 아버지가 판결을 앞두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극단선택을 한 딸이 직접 수사기관에 제출한 녹취록 내용이 언론에 공개됐다. 구체적 진술이 담긴 녹취록이 있었지만, 아버지는 ‘강제추행’ 혐의만 적용돼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지난 15일 MBC에 따르면 친부 A씨는 지난해 1월 당시 21세였던 딸 고(故) 최수롱씨를 충남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불러 강제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최씨가 어렸을 적 가정폭력 문제로 아내와 이혼한 A씨는 10여 년이 지난 2021년 말 “대학생도 됐으니 밥 먹자”며 갑자기 딸 최씨에게 연락해 불러냈다. 이후 A씨는 집 구경을 시켜주겠다며 최씨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범행을 저질렀다.
속옷까지 벗은 아버지를 보고 겁이 난 최씨는 화장실로 피해 문을 잠그고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A씨는 강제로 문을 따고 들어와 신체 접촉을 거부하는 최씨를 폭행했고 “아빠는 다 허용된다”며 성폭행까지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은 당시 통화가 연결됐던 최씨 언니의 전화기에 고스란히 녹음됐다.
범행 직후 최씨는 당시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을 가족과 수사기관에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15일) 방송에서 공개된 신고 녹취에는 최씨가 “제가 도망을 가다가 ‘아빠, 아빠 딸이잖아, 아빠 딸이니까’”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담겼다.
최씨는 경찰에서도 이 같은 상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했지만, 가해자인 A씨는 범행을 부인하며 “기억이 안 난다”고 말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A씨에게는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혐의가 아닌 ‘강제추행’ 혐의가 적용됐다. 경찰과 검찰은 성폭행 미수 혐의는 물론, 폭행과 감금 혐의조차 인정하지 않았고 구속영장도 청구하지 않았다. 당시 피해자 측 변호인은 “친부고 친딸이기 때문에 경찰이 피해자 한 명의 얘기를 듣고 성범죄라 단정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한 바 있다.
재판 날짜마저 A씨의 수술 등의 이유로 예정보다 두 달 가량 미뤄지면서 A씨는 그동안 불구속 상태로 지냈다.
딸 최씨는 지난해 11월 7일 서울 구로구의 한 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호텔은 최씨가 다니던 학교에서 기숙시설로 활용하던 곳이었다. 현장에서는 “저는 직계존속인 아버지에게 성폭력을 당했다. 그런데 열 달이 지나도록 사건에 진전이 없다”로 시작하는 유서가 발견됐다.
그제야 재판부는 가해자를 직권으로 재판 도중 구속시켰다. 최씨 어머니는 “(A씨가) 법정 구속되면서 ‘나중에 이제 두고 보자’는 식으로…(말했다)”며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없었다”고 MBC에 전했다.
하지만 A씨의 구속에도 법적 다툼은 난항을 겪는 상황이다. 피해자 지원단체가 구해 준 최씨 측 변호사마저 “피해자가 사망했으니 대리권이 없다”며 법정에 출석하지 않고 있다. 친부 A씨 측 변호인도 어머니를 증인으로 불러 “최씨가 어릴 때부터 정신적 문제가 있지 않았냐”고 물었다고 한다.
검찰은 지난달 19일 대전지법 서산지원 제1형사부 심리로 열린 A씨에 대한 공판에서 징역 10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강제추행 혐의로는 비교적 높은 형량이지만 이대로 선고될지는 미지수다.
최씨의 어머니는 “형량이 더 높아야 할 것 같다.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전체의 문제”라며 “수목장에 가서 애한테 ‘대신 내가 사과 받아왔다’ 그렇게 말하고 싶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A씨에 대한 판결 선고는 오는 24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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