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 오너들도 재교육형 계약학과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계약학과가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인재 산실로 그 역할이 커지면서 계약학과 입학을 원하는 기업인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점점 치열해지는 기술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직원 역량뿐 아니라 기업 오너의 전문성도 중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교육 당국에 따르면 교육부는 현재 기업 소속 직원과 고용 대표에게만 주어진 재교육형 계약학과 입학 자격을 오너에게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장기 과제로 검토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재교육형 계약학과 수업을 듣고 싶어하는 오너들이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개정 전 ‘계약학과 설치·운영 규정’을 보고 입학 관련 문의를 하는 오너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재교육형 계약학과의 경우 산업체 등의 소속 직원에 한해 입학 자격이 부여되며 근로소득세를 납부하는 대표자도 입학이 가능하다. 고용 대표뿐 아니라 오너도 근로소득세는 내는데 산재·고용 보험 가입이 안 되는 기업 오너들이 해당 규정만 보고 입학이 가능하다고 착각한 것이다.
교육부는 ‘산업체 등이 그 소속 직원의 재교육이나 직무능력향상 또는 전직 교육을 위해 그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하면서 교육을 의뢰하는 경우에만 재교육형 계악학과를 설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연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산학협력법)을 근거로 안 된다고 안내했다. 그럼에도 문의가 잇따르자 교육부는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근 계약학과 설치·운영 규정을 개정했다. ‘근로소득세를 납부하는 대표자’에서 ‘4대 보험에 가입된 고용 대표자’로 문구를 수정한 것이다. 이와는 별도로 오너들의 수업 참여 요구가 있는 만큼 오너들에게 입학을 허용하는 방안도 신중하게 살펴보고 있다. 기업 오너들이 전문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길을 마련해줄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최근 들어 오너에게도 재교육형 계약학과를 열어 달라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있어 입학 자격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법 개정 사항이라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기업 오너가 재교육형 계약학과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산학협력법을 고쳐 소속 직원으로 표기된 문구를 수정해야 한다.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찬반이 존재한다. 법 취지와 맞지 않다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수업을 듣는 걸 막을 필요는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오너라는 이유로 학위 과정에 특혜만 없다면 오너에게 계약학과를 열어주는 걸 막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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