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공동성명 외에 핵심 광물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캐나다는 세계 2위의 천연자원 공급국인데다 리튬·니켈·코발트 등 2차전지 생산의 핵심 원료가 풍부하게 생산되는 나라여서 호주·인도네시아·칠레 등과 함께 배터리 공급망 안정을 위한 필수 협력국으로 꼽힌다. 캐나다 역시 핵심 광물 개발과 청정에너지 개발 과정에서 한국과의 협력이 필요해 양국 정상의 만남을 계기로 한국과 캐나다의 협력이 보다 긴밀해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과 트뤼도 총리는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MOU를 체결했다. 이후 양국 정상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공동성명 ‘향후 60년간 더욱 강하게’를 발표했다. 한·캐나다 수교 60주년을 맞아 미래 세대의 인적·문화 교류를 촉진하자는 내용이다. 이에 발맞춰 ‘한·캐나다 2+2 고위급 경제안보대화’도 공식 출범했다.
윤 대통령과 트뤼도 총리는 지난해 9월 캐나다에서의 정상회담 직후 진행한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세계적인 광물 생산국인 캐나다와 반도체·배터리 주요 생산국인 한국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해 양국 정부와 기업 간 협력 체계를 굳건하게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 이외에도 당시 양국 정상은 기후변화, 탈탄소, 북핵 위협 등에 대해 긴밀히 공조하고 양국의 교류 확대를 위해 2024~2025년을 ‘한·캐나다 상호 문화 교류의 해’로 지정하기로 합의했다.
윤 대통령이 캐나다 오타와를 찾아 정상회담을 한 지 8개월 만에 양국 정상이 서울에서 다시 마주 앉은 것은 공급망 안정을 위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양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 니켈·코발트·망간(NCM)이 들어가는 삼원계 배터리의 생산량과 기술력 측면에서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캐나다는 세계 5위의 니켈 생산국이다. 양국이 각각 ‘2차전지 생산’과 ‘핵심 광물 채굴’ 분야의 중심축을 맡고 있어 협력의 시너지가 상당하다.
실제로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이 캐나다 광물 업체들과 업무 협약을 맺고 수산화리튬·황산코발트 등을 공급받기로 하는 등 양국 기업들의 협력 역시 확대되고 있다. 트뤼도 총리가 방한을 계기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만나는 등 경제외교를 펼치는 것 역시 ‘공급망 협력 강화’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캐나다 총리가 한국을 방문한 것은 2014년 스티븐 하퍼 총리 이후 처음이다. 트뤼도 총리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전 한국을 2박 3일 일정으로 공식 방문했다. 윤 대통령 역시 취임 직후부터 캐나다를 비롯해 대표적인 자원 부국들과의 관계 강화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캐나다·호주 총리를 만났다. 7월에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한국으로 초청해 정상회담을 가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캐나다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외교 슈퍼위크’를 시작한다. 윤 대통령은 19일부터 21일까지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귀국한 직후에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다. 22일에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 샤를 미셸 EU상임의장과 함께 한·EU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G7 정상회의 기간 중에도 한미일 정상회담을 별도로 진행하는 것은 물론 G7 회원국과 초청국 중 최소 3~4개국 정상과 약식 정상회담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번 G7 정상회의에는 회원국 외에 한국·호주·베트남·인도·브라질·인도네시아·코모로·쿡제도 정상을 초청했다.
이날 회담에 앞서 전문가들은 트뤼도 총리가 윤 대통령에게 쿼드(미국·일본·인도·호주 4개국 안보협의체)와 유사한 새로운 안보협의체 결성을 제안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도 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에 대항하기 위해 한미일 3국에 캐나다를 더해 신쿼드를 만들자는 제안을 기대한 것이다. 트뤼도 총리는 1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캐나다를 방문했을 당시에도 이 같은 제안을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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