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유동성 위기에 놓였던 롯데건설이 올해 1분기 양호한 실적을 기록하며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현금성 자산은 전년 말보다 3배 넘게 늘어난 반면 부채는 10% 넘게 감소한 것이다. 다만 올해 2만 3000여 가구 분양을 앞둔 상황에서 서울 등 주요 지역을 제외한 지방 시장은 침체 국면인 만큼 분위기 반전을 속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롯데건설의 매출액(연결 기준)은 1조 4213억 원으로 전년 동기(1조 1950억 원) 대비 18.9% 증가했다. 국내 토목 공사와 플랜트 공사 매출은 각각 965억 원, 1720억 원으로 같은 기간 21.9%, 19.3% 늘어난 반면 건축 공사 매출은 8.1% 줄어든 8355억 원을 기록했다. 해외에서는 건축(814억 원), 토목(252억 원), 플랜트(1755억 원) 등 모든 사업 부문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개선됐다.
다만 물가 인상 여파로 원가 부담이 커지며 수익성 개선에는 미치지 못했다. 1분기 영업이익 443억 원, 당기순이익은 325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24.4%, 41.3% 감소했다. 매출 원가(1조 2913억 원)가 지난해 1분기보다 24.3% 늘며 매출 성장률(18.9%)을 상회한 영향이 컸다. 롯데건설의 한 관계자는 “건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투입하는 공사비 부담이 높아지면서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점은 재무 건전성이 대폭 개선됐다는 것이다. 1분기 말 롯데건설의 부채 총계는 6조 522억 원으로 전년 말 대비 13% 줄었다. 특히 1년 내 상환해야 하는 단기차입금은 2조 1572억 원으로 같은 기간 25.4% 감소했고 부채 비율도 전년 말보다 27.3%포인트 줄어든 227.5%로 나타났다. 반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조 1660억 원으로 전년 말보다 262.2% 급증했다.
홍석준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실장은 “금융시장이 지난해 말보다 안정되면서 (건설 업계) 유동성 리스크는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유동성 측면에서는 개선이 이뤄지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주택 및 분양 시장은 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 리스크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실제 롯데건설은 올해 전국에서 총 2만 3699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조합원분과 임대 물량을 제외한 일반 분양 물량은 1만 5010가구에 달한다. 일반 분양 물량 중 수도권은 9731가구, 지방은 5279가구다. 서울 강남구 청담르엘, 동대문구 청량리7구역 롯데캐슬 등 주거 수요가 높은 서울 주요 단지와 달리 지방 분양 단지에서는 미분양이 발생해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대형 증권사에서 부동산 금융을 담당하는 임원은 “시공사 대부분이 미분양에 따른 자금 압박을 걱정하고 있다”며 “미분양이 발생하면 책임 준공을 해야 하는 시공사에서 공사비를 계속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 압박이 생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롯데건설은 올해 추가적인 실적 개선을 이뤄내겠다는 목표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우량 사업장 위주로 분양 및 수주하는 전략으로 리스크를 관리할 계획”이라며 “연말까지 부채 비율도 두 자릿수 정도 더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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