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7개국 (G7) 정상회의가 19일 사흘간의 일정으로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렸다. G7 정상들은 첫 공식 일정으로 이날 오전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을 찾아 원폭 사망자 위령비에 헌화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등 G7 각국 정상들은 이날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을 찾아 원폭 자료관을 시찰한 뒤 평화공원 내 원폭 사망자 위령비에서 헌화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일본에 거주하는 원자폭탄 피해자들을 만났다. 핵무기 보유국인 미국과 영국·프랑스 3개국을 포함한 G7 정상이 함께 자료관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미국 현직 대통령이 자료관을 둘러보는 것은 2016년 5월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윤 대통령은 19일 히로시마의 한 호텔에서 원폭 피해자 동포 10명을 직접 만났다. 윤 대통령은 “우리 동포들이 입은 원폭 피해의 경우 식민지 타향살이를 하며 입은 것이기 때문에 슬픔과 고통이 더 극심할 것”이라며 “소중한 생명과 건강, 삶의 터전을 잃은 이중고였다”고 강조했다. 그려면서 “저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국인 원자폭탄 희생자 위령비를 함께 참배할 예정”이라며 “양국 정상이 함께 위령비를 찾는 것은 사상 최초고 사실 한국 대통령으로서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히로시마 출신으로 이곳을 지역구로 둔 기시다 총리는 G7 정상들의 자료관 방문을 통해 원폭 참상을 알리고 ‘핵무기 없는 세계’를 호소한다는 의미에서 이번 시찰을 기획했다. 약 10분 동안 자료관을 방문했던 오바마 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대통령은 약 40분 동안 자료관을 둘러봤다. 하지만 일본이 기대했던 바이든 대통령의 사과는 없었다.
앞서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7일(현지시간) 일본으로 향하는 에어포스원 기내 브리핑에서 2차대전 당시 미국의 원폭 투하에 대해 사과할 가능성에 대해 “대통령은 평화공원 방문 시 어떤 성명도 내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역대 미국 대통령 중 그 누구도 원폭 투하에 대해 사과 발언을 한 적은 없다.
이에 대해 산케이신문을 비롯한 일본의 일부 보수 매체는 ‘바이든 대통령이 원폭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며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또 히로시마의 한 방송사는 “바이든 대통령이 원폭 투하에 대해 일본에 사과해야 한다”는 원로 정치인의 인터뷰를 보도하기도 했다.
교도통신도 원폭 피해자 단체의 입장을 전하며 “방문 자체가 어느 정도 유의미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제대로 보기에는 너무 짧게 머물러 실망의 목소리가 나왔다”고 전했다.
특히 '핵 없는 세상'을 위해 기시다 총리가 '피폭의 실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자 미국 정부가 동의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는 현지 보도도 나왔다. 이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2차대전 당시 히로시마 원폭의 실상을 공식 석상에서 거론할 경우 자칫 ‘미국이 가해자, 일본이 피해자’라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본은 ‘원폭의 피해자’로서 자리매김하는 모양새다. G7 정상이 원폭 사망자 위령비에 헌화를 했고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 두 번째로 바이든 대통령이 자료관을 둘러봤기 때문이다. 이날 히로시마에 먼저 도착한 기시다 총리는 "히로시마는 원폭에 의한 괴멸적 피해를 극복하고 힘차게 부흥하며 평화를 희망하는 곳"이라며 "히로시마에서 G7과 각 지역 주요국이 평화에 헌신하는 노력을 역사에 새기고 싶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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